재벌총수 '동일인' 지정 피할 예외요건 마련…쿠팡 김범석 수혜 전망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예지 기자
입력 2023-12-27 16: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경영권 쥔 개인 대신 법인을 총수로 보는 요건 신설

  • 외국인 명분 총수 지정 피해 온 김범석 새 요건 충족

  • 재계 악용 우려에 공정위 "해당 기업 많지 않을 것"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을 구체화하며 예외 요건을 마련했는데 오히려 재벌 총수가 동일인 지정을 피할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범석 의장 등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입법예고일은 28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며 내년 상반기 중 개정 작업이 완료된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대기업집단의 범위와 규제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동일인 지정 여부에 따라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 수준도 달라진다. 

동일인 제도는 1986년부터 적용됐지만 '사실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라는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국적 차별 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해 '한국계 외국 국적 보유 자연인'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보는 일반 원칙은 유지됐다. 

아울러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의 최다 출자자, 최고 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등 동일인 지정을 위한 5가지 구체적 유형도 제시해 판단 근거를 명확히 했다. 

다만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해당 개인 대신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 요건을 신설한 게 논란거리다.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간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돼 있으면 자연인 대신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일 경우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을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법인이 동일인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촉발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범석 쿠팡 의장은 사실상 동일인 지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김 의장은 그동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피해 온 데 이어 개정안에 따른 예외 요건 4가지를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도 예외 요건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지정된 재벌 총수들이 공정위 요건을 충족하는 식으로 지배구조 등을 바꿔 규제를 회피할 공산이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는 대기업집단은 많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 등 새로 파악해야 하는 사실관계가 있어 현재로서는 예외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집단 수를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비춰볼 때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