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선 축소되고 버스터미널 문닫고...지방소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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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 기자
입력 2023-12-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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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 인구 감소로 지방 터미널 폐업 사례 속출...최근 3년간 23곳 폐업

  • 경영난 악화로 버스터미널 18곳 통폐합...지역간 이동 인구 급감이 요인

  • 정부여당, 터미널 안정화 방안 논의...영세 터미널 사업자 재산세 감면 등 추진

 
충남 서산 시내버스가 14일 첫차부터 운행을 멈춘 가운데 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대체차량으로 긴급 투입된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남 서산 시내버스가 지난 14일 첫차부터 운행을 멈춘 가운데 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대체 차량으로 긴급 투입된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으로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객이 줄면서 주요 버스 노선이 축소되거나 지방 시외버스터미널이 문을 닫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운영 포기를 선언한 강원도 평창 시외버스터미널은 예전엔 하루 40~50대가 정차했지만 지금은 서울과 원주, 정선을 오가는 버스 15대가 전부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거나 평창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줄다 보니 버스업체들은 자연스레 경영난에 처했다.

업체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익이 적은 노선부터 운행을 줄이고 있고, 운행하는 버스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터미널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터미널이 문을 닫게 되자 결국 평창군이 터미널을 매입해 운영하기로 했다. 평창군은 인구 4만명에 불과해 자체 예산으로는 부담이 크지만 군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난 11월 터미널 운영을 결정했다.

터미널 폐업 현상은 지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상봉버스터미널도 지난 11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상봉버스터미널은 한때 하루 평균 이용객이 2만명을 넘기도 했지만 지방으로 이동하는 이용객 수가 점차 줄며 경영난에 시달렸다. 지난 10월엔 한 달 총수입이 83만6000원, 하루 평균 이용객이 26명에 불과했다.

2017년 이후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터미널은 전국적으로 23곳에 달한다. 통폐합된 버스터미널은 지난 3년간 18곳이나 됐다. 

폐업을 결정한 곳은 경기도 2곳(포천시·성남시), 강원도 2곳(원주시·영동군), 전북 3곳(김제시·남원시·익산시), 전남 4곳(광양시·곡성군·고흥군·영암군), 경북 3곳(청도군·울진군·성주군) 등이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반 토막 난 것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지만, 팬데믹 수년 전부터 지방 인구가 급감하면서 교통 수요는 점점 감소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해 발간한 2021 버스통계편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19년을 기준으로 일부를 제외하고도 지방 시외버스 수송인원은 10년 전인 2009년 대비 20% 넘게 줄었다. 특히 강원(22%), 전북(24%), 전남(27%), 경북(31%)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반면 세종시 출범으로 수송인원이 증가한 충남을 제외하면 경남(8%)과 충북(12%) 감소 폭이 가장 작았다. 같은 기간 경기 시외버스 수송인원 감소율은 4%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외·고속버스도 대중교통으로서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터미널이 문을 닫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며 위기감이 감돌자 지난 8월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버스·터미널 서비스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우선 당정은 최근 3년간 버스 노선과 터미널 폐지가 이어지며 국민 이동권이 제한받는 상황에 주목해 영세 터미널 사업자들에 대해 재산세 감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터미널 폐업으로 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휴·폐업 사전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재산세 감면 대상 터미널 선정 기준은 소재지와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전문가 자문을 받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버스터미널 운영 중단 방지를 위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서두르고 축소되는 벽지 노선 유지를 위한 예산도 적극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용률이 떨어진 터미널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터미널에 창고·물류시설 등 다양한 편익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복합환승센터 구축사업에 주요 터미널을 포함하는 등 터미널 기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당정은 차량 운영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추진한다. 당정은 버스 유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경유, CNG(압축천연가스) 등에 대한 유가 연동 보조금 연장을 검토하고, 차량 교체 비용 부담이 운행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2025년 말까지 차량 사용 연한이 만료되는 시외고속버스 차량 운행을 1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 지역 거점시설인 시외버스터미널 폐업은 대표적인 지역 소멸 척도라며 교통망이 열악한 지방에서 시외버스터미널마저 사라지면 정부가 지역 소멸 대책으로 추진하는 생활인구 유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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