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업계, 석유 확보 분주한데...투자 발목 잡힌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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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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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브론·엑손모빌 등 내년 투자 확대

  • SK에너지·HD현대 재정난 발목

글로벌 정유업계가 다시 석유 확보 전쟁에 나섰다. 중동아시아 인근의 지정학적 위험요소로 국제유가 급등·급락 시황이 반복되자 공급망 안정화 및 다각화 차원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정상급 정유기업인 셰브론(Chevron)과 엑손모빌(ExxonMobil)이 내년 석유개발 투자액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석유 공급망 확보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정유4사(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는 불안정한 재무구조로 인해 관련 투자가 내년부터 반토막 날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셰브론은 내년 석유 및 가스개발 프로젝트에 올해보다 11% 증가한 185억~195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예산 중 90억 달러는 석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북미 지역 석유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며, 멕시코만 프로젝트에도 2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엑손모빌 역시 2027년까지 연간 투자 예산을 220억~270억 달러로 확대하면서, 석유 공급망 다각화 및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등 중동 인근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자 탈(脫)중동을 위한 북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내년도 투자액은 올해와 비교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 역시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해까지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악화한 SK, HD현대 등의 내년 투자액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74.84%로 2018년 (86.9%) 이후 꾸준히 악화했다. 배터리 및 친환경 사업 전환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투자액이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다. 특히 SK그룹은 올해 부회장단을 전원 2선으로 물리고, 그룹의 투자 방향성을 재구축하기로 하면서 그룹사 중 하나인 SK에너지의 내년도 투자가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정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까지 이어진 대규모 설비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태다. 2019년 말 4조3516억원이었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8조5620억원까지 뛰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136.3%에서 184.9% 늘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3조4000억원 규모의 HPC 설비투자가 원인으로, 글로벌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는 내년부터는 투자액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GS칼텍스, 에쓰오일 역시 셰브론이나 엑손모빌과 같은 석유개발 투자 확대 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부차원의 자원개발 투자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석유 수입의 약 70%를 책임지는 중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된 상황에서 한국도 석유 공급망 다각화로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인도석유가스공사
[사진=인도석유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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