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바이오경제의 원리는 효율의 극대화와 유통의 지속성이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3-12-11 19: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인간 사회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경제 원칙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들이 있었고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에 따라 온전한 생명현상을 유지하여야 하는 생명체가 운용하는 바이오 경제의 원리를 되새겨보는 일도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바이오경제 원리의 첫째는 효율성 극대화다. 생체는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대사를 진행하고 물질의 과잉공급을 철저하게 제한한다. 생체에 불필요한 물질은 신속하게 체외로 배설해 잔류하지 않게 한다. 아울러 생명현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나 쓰레기 생성을 극소화한다. 생명현상을 위해서는 수천 가지 대사적 변화가 일어나서 각종 산물들이 생성되고 소멸되지만 항상 균형을 이루는 대사 반응이 연계되어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대사 반응은 모두 효소라는 생체분자에 의하여 100% 완벽하게 촉매되어 불량품이나 불순물 생성을 제한한다. 대사적 쓰레기를 제로화 함으로써 항상 청정하고 위생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생체 기능 극대화와 효율성 제고를 기한다. 최근 사회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과잉·중복 투자에 의한 잉여물 또는 쓰레기들의 축적이다. 공산물뿐 아니라 음식물, 생활용품 등 쓰레기는 사회적·환경적으로 엄청난 재앙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경제가 보여주는 효율성의 극대화는 투자의 낭비를 피하고, 폐기물을 극소화함으로써 얻어진다. 일찍이 노자는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끼는 것(治人事天莫如嗇)'이라 하였다. 낭비하지 않고 알뜰한 살림이 바로 바이오경제의 참 모습이다. 이러한 바이오경제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조건은 효소를 통한 대사반응의 조절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하듯이 생체분자들의 활동에도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생체분자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단위 화폐는 ATP라는 에너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각종 효소들 중에서 오직 대사계의 특정 위치에서 반응계의 개폐 조절이나 생합성 등 중요한 반응을 조절하는 극히 한정된 경우에만 ATP를 이용토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일반 반응계 효소들은 ATP를 이용하지 않고 생체분자들의 자체 능력으로 반응을 촉매토록 하고 있다. ATP를 소모하지 않는 효소들은 오로지 반응물의 농도와 생산물의 양에 의하여서 반응률이 조절되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고 편리한 운명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사 산물의 공급량과 수요량의 양적 균형에 의하여 반응률이 결정되는 평형 효소들이 생체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명을 영위하는 데 기본 요건이 단위 구성 분자들 간 조화로운 어울림에 있음을 밝혀 주고 있다. 물론 생체는 분자들의 욕심을 견제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효소의 생성과 활성을 조절하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와 규제 장치를 갖추고 있음을 볼 때 바이오경제의 운용에 있어서 제어와 조절의 중요성을 새삼 엿본다. 중요한 제어장치들은 주로 대사계의 첫 번째 부위에 자리하는 길목 효소들에 집중적으로 작동하여 전체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현상은 사회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첫 단계부터 세밀하게 조율하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바이오경제의 둘째 원리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이고 원활한 유통에 있다. 물자와 돈의 유통이 막히게 되면 기업은 도산하고 연쇄적으로 사회는 혼란에 이르게 된다. 생체에서는 분배와 유통 과정을 완벽하게 하기 위하여 생체를 구성하는 조직과, 세포 그리고 생체분자들 간에 상호보완적인 서로 다른 의무를 부과시켰고, 서로의 균형을 위하여 적절한 통제를 한다. 세포 내 소기관 간에도, 조직 내 세포들 간에도, 그리고 각 조직 간에도 영양 물질과 신호전달 물질들이 항상 원활하게 교류되어야만 생명현상이 유지된다. 생명현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유통 시스템은 혈관이다. 혈관을 통한 각종 생체 필수 물질들의 원활한 수송과 각 세포들에서 적절하게 흡수·배출하는 기능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유통 과정은 멈춤이 없어야 한다. 언제나 가동되어야 하며, 생체 유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생명이 중단된다. 혈관 외에도 림프관이나 세포 외 공간들도 유통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소극적이고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혈관이 차단되어 유통이 차단되면 그 혈관이 영양 물질을 공급해 주는 조직은 수분 이내에 세포들이 죽어 가고 조직이 괴사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관상동맥 혈전에 의한 심근경색이나 뇌 미세혈관의 혈전에 의한 뇌신경의 마비뿐 아니라 사지 근육 혈관이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봉쇄되면 바로 괴사가 초래된다. 멈춤 없는 철저한 유통의 원리는 '하늘이 온전하려면 스스로 힘써 멈춤이 없어야 한다(天行健 自强不息)'는 이치를 따르고 있으며 바이오경제의 근원이다. 바이오경제는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물질의 원활한 흐름이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임을 밝혔다.

생명현상에는 어제의 영광이 그대로 지속되는 법은 절대 없다. 언제나 현재뿐인 것이다. 바이오경제의 핵심은 현재성(現在性)이다. 어제는 어제일 뿐 오늘을 보장하지 못한다. 오늘은 오직 오늘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있다. 생체 조직 중에서 운동을 주관하는 근육과 뼈조직을 살펴보면 이들 조직은 사용하지 않으면 이내 불용성 위축이 초래되어 버린다. 항상 사용하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명제를 받고 있는 조직이다. 근육조직 중에서도 심장근이나 위장관 또는 혈관을 이루는 불수의근인 평활근과 달리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수의근인 골격근은 불용성 위축이 빠르게 유도된다. 따라서 최고의 선수나 연주가가 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모든 근육이 최고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만 한다. 완벽한 현재 상황이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점이 바이오경제에 활력을 부여하고 살아 있다는 생명체의 자긍심을 가지게 하고 있다. 결코 흔들림 없이, 언제나 변함없이 계속되어야만 하며 그러하기 위하여 사람은 끊임없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기업은 항시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고 현재에 안주하다 보면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이라도 망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움직임을 통한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내일을 준비하여야만 살아남는다. 이와 같이 바이오경제는 적절한 조정에 의한 효율성의 극대화와 유통의 완벽화 그리고 지속적 현재성의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