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별장사건 10년] 봐준 자는 '불기소'...잡은 자는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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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
입력 2023-11-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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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 1차 수사 검사들 특수직무유기 혐의 불기소

  • 긴급출국금지 관련자들 1심서 무죄 선고…2심 진행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관한 사건이 10년째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법적 판단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를 제대로 수사해야 했던 검찰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반대로 그의 출국을 막았던 관련자들은 법정을 오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10년 전인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는 그해 3월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했다. 바로 다음 날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007~2008년 강원 원주시에 있는 한 별장에서 고위층에게 성접대를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후 동영상 속 인물로 김 전 차관의 실명이 거론됐고 그는 취임 엿새 만에 사표를 냈다. 
 
"얼굴 식별할 영상 검찰이 무시"…공소시효 만료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동영상 속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성접대 의혹을 무혐의로 처분했다. 이후 2014년 7월 동영상 속 피해자라고 주장한 한 여성의 고소로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됐지만, 또다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 수사 과정에서는 1차 수사 당시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다시 배정받아 논란이 되면서 담당 검사가 교체됐지만, 2차 수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로 김 전 차관에 대한 3차 수사도 이뤄졌다. 대검찰청이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진상조사를 진행하던 2019년 3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경찰이 입수한 영상 중 김 전 차관 얼굴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선명한 영상이 있었으나 검찰이 무시했다"고 언급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과거사위도 같은 해 5월 "2013년과 2014년의 검찰 수사는 부실 수사와 봐주기 수사였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유대길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유대길 기자]

대검이 구성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그해 6월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지만, 10년의 공소시효 만료로 성범죄 의혹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도 지난해 1월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단이 구성되기 전인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의 출국을 시도했다.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이 공개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전 차관은 불출석하고 잠적한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즉시 김 전 차관에게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위법한 절차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전 차관과 관련한 또 다른 사건이 전개된다. 
 
법원 "출국 용인하면 국민 의혹 해소하기 불가능"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1년 4월 대검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였던 이규원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었던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번호를 기재하는 등 위법하게 긴급출국금지요청서를 작성하고 차 연구위원은 이를 알고도 해당 요청서를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출국금지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이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검사가 허위로 출국금지요청서를 만든 혐의 등 일부를 유죄로 봤지만 불법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징역 4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들의 항소심은 지난 9월부터 진행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1차 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했던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이 지난 7월 27일 오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과천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1차 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했던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이 지난 7월 27일 오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과천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중 차 연구위원은 지난 7월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 수사를 담당했던 전·현직 검사 3명에 대해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8일 이들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이들이 김 전 차관의 범죄 사실을 명백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 연구위원은 이 처분에 불복해 9일 공수처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한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해 달라고 직접 신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차 연구위원의 재정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서 검찰의 2차 수사를 이끌었던 피해 여성도 2015년 1월 당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만일 이번 재정신청도 기각된다면 김 전 차관을 수사한 검사들에게는 더는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차 연구위원 등은 그에 대한 출국금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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