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직전 달보다 1조6419억원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증가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25개월 만에 최대치였고 이달에도 20일 동안 증가액이 이미 지난달 증가 수준(1조5912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처럼 대출 잔액이 반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한국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일반적인 흐름이 아니다. 오히려 긴축을 역행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경제 시장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선 근본적인 책임이 ‘정부 정책’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특례보금자리론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 해소를 위해 낮은 고정금리, 장기 분할 상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적용 등 파격적인 혜택을 갖춘 특례보금자리론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빚내서 집 사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8월 말 기준 누적 유효신청액만 35조4000억원(약 15만건)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불어났다.
이후 대출이 늘자 비난은 애꿎은 은행을 향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탓을 50년 만기 주담대로 돌리고 적극적인 취급에 나선 은행에 대해 집중 감독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작년까지만 해도 주담대 취급을 적극 권장했는데 이제 와서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주범’으로 지적하는 건 상당한 모순이 있다”며 “가뜩이나 금융당국 개입으로 대출금리 산출 과정에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 대출 증가 책임까지 은행에 돌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뒤틀린 대출 흐름을 바로잡으려면 결국 ‘정책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이번 내놓은 부동산 대책처럼 규제 방향을 수시로 뒤집으면 결국 시장 흐름은 뒤틀릴 수밖에 없다”며 “우선은 신용 대출 위주로 강력한 ‘대출 억제 방안’을 내놓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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