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尹대통령 인사철학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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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3-09-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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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논설위원
[임병식 논설위원]



인도네시아 아세안(ASEAN)·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유인촌(72)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 국방부 장관에는 신원식(65) 국민의힘 국방위원회 간사,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김행(64)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했다. 흔히 인사는 인사권자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제3자 개입을 경계한다. 인사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인사권자 몫이라는 것이다. 허나 대통령 인사는 국정운영 철학을 가늠하는 잣대이기에 구경만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은 따지겠지만 국민정서를 간과한 인사는 시비가 되기에 충분하다.

2차 개각에 대한 반응은 “감흥도 놀랄 것도 없다”다. ‘올드보이 귀환’은 윤석열 정부 인사 스타일을 집약한다. 내각을 책임진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시작해 이주호 교육부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대표적이다. 한 총리는 전북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지역균형을 고려하고, 진보정부 인물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이념을 초월한 인사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국민들의 ‘책임총리’ 기대와 달리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평소 스타일과 달리 국회에서 강경한 답변을 반복하며 국정 조율자로서 균형감마저 상실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이 장관 임명은 빈약한 인재풀을 드러낸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사람이 없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국민 정서를 거스르고 야당 비판에 맞서가면서까지 임명된 까닭에 이 장관은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킬러문항’이 논란되자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이 교육 전문가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했다. 영혼 없는 아부성 발언에 지나지 않다.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 강사, 교사들까지 모두 돌아섰다. 특히 서초 초이초등학교 여교사 자살 사건을 어정쩡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교육현장은 초토화됐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인선 배경은 공허하다. 김대기 실장은 신원식 후보자는 “국방정책과 작전분야에서 풍부한 경험 갖추고, 국방혁신 4.0 완성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했다. 또 유인촌 후보자는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정책 역량을 갖춘 분”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논평이니만큼 신뢰해야하건만 공감하기 어렵다. 여당에서조차 반대하는 인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끌어온 빈약한 명분이다.

유 후보자가 2008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 XX 성질 뻗쳐서 정말.”하며 소리친 장면은 낯설다. 당시 국민들은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돌발행동에 당혹했다. 어느 국무위원이 국회의원과 언론을 상대로 그랬나 싶다. 더구나 유 후보자는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계속 남아계신다면 어떡하겠어요, 쫓아낼 수도 없고‥”라며 문화예술위원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법원이 해임 결정을 정지하면서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를 빚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 따르면 유 장관 재직 당시 강압적으로 퇴출된 기관장만 20명이다.

70넘은 나이에 연극판에서 예술혼을 펼치고 있는 유 후보자로서 장관직 제의를 수락하지 않는 게 그나마 예술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었다. 유 후보자는 “문화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게 대처하겠다”며 소회를 피력했다. 스스로 말하듯 문화예술계는 빛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72세는 시대변화에 대처하기에 적지 않은 고령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면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불화했다. 장관직 제의를 고사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돌리는 게 훨씬 그다웠다. 유 후보자에게 두 번째 문화체육부장관직은 명예보다 허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 후보자는 중대장 시절 ‘부대원 사망 원인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관 내정 소식을 접한 군 동료들이 가장 먼저 우려한 것도 이 문제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신 후보자가 중대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오인 포격으로 중대원이 사망했다. 그러나 군은 지뢰를 잘못 밟아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원식 중대장이 사망 원인을 조작하는데 관여했다고 한다. 전역 장성 A씨는 “이러한 정황은 군 내부에 널리 퍼져있고, 당시 사고를 기억하는 중대원들 증언도 많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후배들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 인사를 통해 짚이는 게 있다면 지나친 우경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물을 등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이념이다.”고 했다. 취임 초기 이념보다 실용이라고 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념논쟁은 구시대적이며 소모적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는 이 같은 논쟁에 불을 붙였다. 신 후보는 홍범도 장군을 “뼈 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라고 했다. 또 “백선엽 장군이 친일이 아니라는데 장관직을 걸겠다”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까지 온통 이념논쟁에 가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우익을 강화하고 일방통행을 국정 철학이라고 믿고 있다면 오판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당시만 해도 이를 결단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전용기 탑승 취재를 막고 비판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 대응을 보노라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단체까지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행태에서 퇴행조짐마저 보인다. 야당 대표 단식이 쇼라고 하지만 보름을 넘겼다. 국가통합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어때야할까. 강대 강 국면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할 일만 남았다(亢龍有悔)’는 격언은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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