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열차 보다 럭셔리"…김정은의 '바퀴 달린 무장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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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9-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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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느려터진 열차 선호하는 이유는?

  • 노래방부터 리무진까지…"어떤 요리든 주문 가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지난 9월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용열차에는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전용 열차에도 없는 진기한 음식과 호화 시설들로 가득했다.”
 
2001년 당시 북한 지도자였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극동지역을 여행할 때 동행했던 러시아 관리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는 저서 ‘김정일과 러시아 동방특급(Orient Express)'에 김씨 일가 전용열차 내부를 이처럼 묘사했다. 이 책이 출간되자 북한 당국은 책에 담긴 호화 만찬 묘사에 난색을 표하며 풀리코프스키를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년에 걸친 칩거를 깨고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향한 가운데 외신들은 김 위원장 전용열차에 주목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 열차가 초호화 열차라고 전했다.
 
느려터진 열차 선호하는 이유는?
WP는 김 위원장 열차를 ‘느려터진 초호화 열차’라고 묘사했다. ‘호화롭게 꾸며진 중무장한, 그리고 유난히 느리게 움직이는 열차’라는 설명이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지도자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이 해외로 나간 횟수는 손에 꼽힌다. 특히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을 때 북한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은 귀국하기 위해 직접 수동 수레 열차를 타고 국경을 건넜을 정도로 북한은 극단적인 폐쇄성을 보여주었다.
 
아버지 김정일이 비행을 두려워한 영향 등으로 김 위원장 역시 비행기보다 열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이 운항하는 보잉747기를 이용했다.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회담을 하기 위해 중국 다롄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 전용기를 타고 갔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WP는 “열차는 비행 추적 데이터나 레이더로 발견할 수 있는 비행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이동 수단”이라며 “김 위원장 최근 순방 중 다수는 여행이 끝난 뒤에나 발표됐다”고 전했다.
 
노래방부터 리무진까지 갖춘 ‘바퀴 달린 무장 요새’ 
WSJ는 전용열차가 노래방, 위성통신, 응급의료시설 등을 갖춘 ‘바퀴 달린 무장요새’라고 전했다. 리무진은 물론이고 헬리콥터도 싣고 다니는 것으로 추측했다. 김씨 일가 전용열차를 타본 사람은 북한 엘리트뿐이어서 열차 내부 모습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전용열차 내부를 가장 자세히 묘사한 것은 김정일 방러에 동행했던 러시아 관리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가 쓴 책 ‘김정일과 러시아 동방특급(Orient Express)'뿐이다. 이 책은 김정일과 함께 러시아 극동지역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풀리코프스키는 “러시아식, 중국식, 한국식, 일본식, 프랑스식 등 어떤 요리든 주문할 수 있었다"며 보르도와 부르고뉴 두 종류 와인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바닷가재도 주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기차에 탑승한 여행자들은 젊은 여성 가수들에게 환대를 받았다고 했다.
 
2001년 김정일과 함께 여행한 또 다른 러시아 외교관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열차가 메르세데스 벤츠 두 대를 싣고 있었다고 썼다.
 
전용열차가 느린 이유는 장갑판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2001년 러시아 기술자들이 전용열차를 검사했을 때 강철판이 열차 본체를 감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톨로라야는 회상했다. 이 열차는 소련에서 생산됐지만 북한이 개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엄청난 무게로 인해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느리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항공편으로 약 1시간이면 도착한다. 전용열차를 이용하면 북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20시간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열차로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편도로만 65시간 걸렸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안병민 연구원에 따르면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가장 빠른 북한 열차는 시속 약 28마일(약 45㎞), 일반 열차는 시속 9마일(약 14㎞)로 이동한다. 한국 일반 열차는 시속 약 90마일(144㎞), 고속철도 열차는 시속 186마일(300㎞)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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