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56%, 다른 범죄로 이어진다..."친밀할수록 강력범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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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09-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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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가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로

스토킹 범죄 경합법 사진한나라 판사
스토킹 범죄 피고인 경합범죄의 범죄유형별 비율 [사진=한나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스토킹 범죄 중 절반 이상이 배우자·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나타나며, 이 경우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토킹 범죄 양형기준을 마련 중인 가운데, 스토킹이 중범죄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다른 범죄와 함께 저지른 범죄자(경합범)의 경우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절반 이상이 경합범...3.3%는 강력범죄로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나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이 올해 1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스토킹처벌법으로 1~2심 판결문 1295건을 분석한 결과, 732명(56.5%)의 피고인이 다른 범죄를 함께 저지른 경합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 범죄는 주로 폭력으로 이어졌다. 스토킹 경합범의 범죄 건수는 총 1182건으로, 폭력죄가 394건(33.3%)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주거침입죄가 214건(18.1%), 디지털성범죄가 137건(11.5%)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손괴죄 127건(10.7%), 성범죄 55건(4.6%), 체포・감금죄 49건(4.1%) 등이 뒤를 이었다. 스토킹이 살인·강간과 같은 강력범죄로 발전하기도 했다. 강력범죄는 스토킹 전체 사건의 3.3%, 스토킹 경합범의 6.6%로 나타났다.

또 스토킹 범죄 중 58%가 연인,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스토킹 범죄와 강력범죄가 합쳐진 사건의 79%는 연인 또는 배우자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토킹 사건 1295건 중 살인범죄가 경합된 14건 중 9건이 연인관계, 1건이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범죄가 경합된 29건 중에선 24건이 연인관계였다.

현행법상 경합범의 경우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 양형기준이 없는 스토킹 범죄가 양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실제로 스토킹 범죄가 다른 범죄와 경합됐더라도 주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주거침입죄만 경합된 31건 중 벌금형은 14건(45.1%), 징역형의 집행유예 13건(41.9%)이고 징역형 실형은 단 4건(12.9%)에 그졌다. 폭행죄만 경합된 13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6건(46.1%), 벌금 4건(30.7%)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징역형 실형 2건(15.3%)이었다.

일부 사건에서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스토킹 기간·재범위험성·중대범죄로의 발전가능성 등이 스토킹 범죄 특성을 양형 사유로 반영하고 있었다. 지난 7일 열린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스토킹범죄와 양형' 심포지엄에서 한 연구위원은 "'중대범죄로의 발전가능성'을 양형 참작사유로 추가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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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위원은 "스토킹범죄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이나 배우자인 관계에서 많이 발생하고, 그 경우 중대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더 높다"며 "스토킹범죄와 주로 경합되는 사건의 양형기준에 스토킹범죄의 특성을 일부 참작사유로 규정하거나, 실무상 양형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참작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스토킹 수법..."양형기준 구체화해야"
스토킹 범죄의 수단과 방식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한 30대 남성은 전 연인이 전화번호를 차단하자 계좌에 1만원씩 입금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남겨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는 친구, 가족, 일상, 자주 머무는 장소 등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현행법은 접근하기, 물건 보내기 등 5가지 유형으로 스토킹 행위를 제한해 다양한 범죄 수단을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법원은 6개월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고백한 40대 남성에 대해 원심 판단을 뒤집고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첫 판례를 남겼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 행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 때문에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시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이 분류하는 스토킹 행위 유형에 맞아떨어지지 않았는데, 대법원까지 가서야 '스토킹 범죄'로 인정받은 셈이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스토킹 범죄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양형기준은 아직 없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토킹 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예고한 가운데 오는 18일 전체회의에서 구체적인 설정 범위 등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현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는 "가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이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주는 행위'는 스토킹 행위는 너무나 많고, 지금은 미리 규정할 수 없는 앞으로 어떤 스토킹 행위가 문제될지 예상할 수 없다"며 "스토킹처벌법 제정부터 끊임없이 입법방향으로 제시했던 바 같이, 스토킹 행위에 포괄적 보충구성 요건을 둬야만 입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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