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경찰 총기사용 강화·사법입원 검토…쏟아지는 정부대책 실효성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남가언 기자
입력 2023-08-06 15: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난 3일 분당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대형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돼 근무를 서고 있다2023080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 3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형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돼 근무를 서고 있다.2023.08.0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 이어 경기 분당 서현동 백화점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수사기관 등 관계 부처에서 '엄격 대응'을 강조하며 불심검문, 가석방 없는 무기형, 사법입원제 도입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견해가 갈리고 있다.
 
잇따른 '흉기 난동'에 시민 불안 고조···'가석방 없는 무기형·사법입원제·불심검문' 카드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최근 연달아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으로 흉악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중대강력범죄 엄정 대응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대검 각 부서장과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지역 지검장이 참석했다.

이 총장은 "범행 동기·배경·수단과 방법을 철저히 살펴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하는 등 엄정 대응하라"며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이 게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형사법령을 적극 적용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현역 칼부림 사건 직후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과 '사법입원제'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미국 등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해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해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더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범죄 예방을 위해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인 '사법입원제'에 대해서는 "'묻지마식 흉악 범죄' 등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격리 제도가 적법 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게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도 법무부 등과 함께 '흉기 난동'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최소화 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도 흉기 소지가 의심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불심검문' 카드를 꺼내들었다. 흉기 소지 범죄자에게 실탄 사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흉기 난동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흉악범죄는 사실상 테러행위"면서 흉기 난동 등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특별치안활동에는 총기 등 물리력 사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해 일선 경찰관들이 책임 소재 문제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서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해 현장의 법집행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인파가 밀집하는 광장이나 지하철역·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전국 247곳에 경찰관 1만2000여 명을 배치해 순찰과 검문검색을 병행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다만 검문 대상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도록 하고 매뉴얼에 따라 필요 최소 범위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흉악범죄 맞선 엄벌 필요한 때" vs "'공동체'로 보듬는 대책이 필요"

정부와 수사기관이 '엄벌'을 강조하며 내놓은 대책에 대해 법조계와 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흉악범죄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와 '묻지마 살인'이 발생하는 배경을 따졌을 때 엄벌주의가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는 것이다.  

김진우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는 "강제 입원과 관련해 관련 절차에 필요한 서류 등이 부족해도 억지로 입원시키는 폐해가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서 정신적 질환이 심각하더라도 입원을 시키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며 "절차적인 형식만 강조하면서 이웃이나 다른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온건주의와 인권 보호가 사회에 마약, 흉악범죄를 증폭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사법입원제 도입 등 범죄 확률이 높은 사람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임성 변호사(전 대한변협 부협회장)도 "범죄를 예방해 사회를 방위하기 위해서는 범죄인 특성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불심검문 등 길거리 묻지마 흉악범죄 예방대책과 함께 더 세밀한 범죄 분석을 통한 사회방위 대책 수립을 깊이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 인권 변호사는 "2016년 헌법재판소가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한 적이 있어 사법입원도 본인 동의가 없다면 인권 침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사법입원이 도입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인권 변호사는 "묻지마 살인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하면서 발생하는데 엄벌주의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사회적 문화와 시민 의식, 그리고 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보듬어 줄 수 있는 대책들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1개의 댓글
0 / 300
  • 총기사용하다 사망하면 경찰청장이 책임질건가요?
    경찰관에게 과잉진압, 인권침해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감담할 수 있나요?
    법제화를 먼저 하세요. 지시만 하지 말고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2024_5대궁궐트레킹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