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장실 멀어 물도 못 마시는 노점상 할머니들…전통시장 힘겨운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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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8-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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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보경 기자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노점에서 일하는 한 상인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노점상 할머니들은 더운데 물도 안 마시고 일해요. 화장실이 근처에 없어서."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앞에는 '연신내 거리가게'라는 이름이 붙은 컨테이너 박스가 20개가량 늘어서 있다. 은평구가 3년 전 연서시장 노점상들에게 마련해 준 공간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60대 최모씨는 "안에 있으면 열을 그대로 흡수해 정말 너무 덥다"고 호소했다. 60~80대 고령 여성이 주를 이루는 노점상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화장실이 멀다는 점이다. 최씨는 "무릎도 허리도 아픈 노점상 할머니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주변 건물을 오르내려야 한다"며 "공용 화장실이 설치되면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점상들은 사비를 들여 컨테이너 박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냉방 기능만 있는 에어컨은 30만원, 냉·온방 기능을 갖춘 에어컨은 70만원가량 필요하다.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버는 노점상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에어컨이 없는 컨테이너 박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어물을 파는 80대 박모씨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해 선풍기를 틀고 일한다. 박씨는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선풍기를 끄는 게 낫다"며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닿으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찜통더위'에 비용 부담 가중···상인들 "힘들어요"
체감온도가 최고 35도 안팎으로 오르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시장 상인들이 힘겹게 여름을 나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에어컨 없이 일하는 상인들은 더위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2일 오전 기자가 찾은 연서시장 상인들은 장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박스에 과일과 생선 같은 물품을 담아 옮기는 상인들은 연신 '덥다'는 말을 반복했다. 빈대떡, 떡볶이 등 불 앞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상인들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상인들은 전기료·식재료비 등 비용 부담이 급등한 가운데 폭염과 휴가철이 겹쳐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보다 21.1%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달 집중호우 영향으로 한 달 전보다 7.1% 상승했다. 

빈대떡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장모씨는 "올여름이 유난히 덥다"며 연신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장씨는 부인과 교대하며 하루 8시간씩 일한다. 그는 "더운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손님이 30% 정도 줄었다"며 "우리는 여유가 있어 다음 주에 한 주 쉬지만 그렇게 못하는 상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더운 날씨에 시장은 '썰렁'
사진권보경 기자
기자가 지난 1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곳곳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문을 닫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권보경 기자]

지난 1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손님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떡 노점상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는 "이런 날씨에 호떡을 굽다 보면 나도 불판 위에 있는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교대로 일하고 있는데 장사는 어렵고 인건비는 부담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지만 시장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식품점을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코로나 유행 시기보다 손님은 늘었지만 유행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다"며 "근처 명동거리가 활성화하는 데 비해 전통시장은 회복세가 더딘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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