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일본경제 부활? 日국민에게 달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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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성 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3-07-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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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일본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본경제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경제상황이 남들의 관심을 끌 만큼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면교사로서 관심을 받아왔다. 즉 일본경제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관점에서 관심을 받아 왔다. 일본으로서는 참으로 수치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경제가 부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받는다. 갑자기 왜 이런 질문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일본경제에 긍정적 신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가상승이다. 일본 닛케이 225 주가는 2023년 4월 이후 급등하기 시작하여 6월에는 3만3000엔을 돌파하기도 하였다. 이는 1990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가가 상승한다고 하여 일본인들은 과연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과거 1980년대처럼 주가상승을 이유로 명품을 사고 부동산을 사고 술집들이 성업하는 상황이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가? 일본인들은 과연 자신의 현재 생활과 나아가 미래 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연일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있는 주가상승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이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주가가 상승한 첫째 이유는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13년에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 중 하나는 강력한 금융완화였다. 이러한 금융완화 기조는 기시다 정권에서도 지속되었고 최근 우에다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부임한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여전히 일본경제의 총수요가 총공급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며 환율이 올라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하니 굳이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올린다고 하여 일본에서도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 정부의 이자상환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여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해진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시중의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주가가 상승하는 둘째 이유는 기업이 주주를 더 중시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인은 당연히 주주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주주 이외에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의 이익도 존중해 왔다. 대표적인 이해당사자가 바로 종업원이다. 종업원에 대한 고용보장으로서 종신고용이 정착되었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서열제가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업원 우대정책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주주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기업정책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만성적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까지의 일본 주식 저평가의 배경이라고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환원하는 기업전략을 통해 저평가된 일본의 주가를 끌어올리려 한다.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는 PBR이 1 이하인 기업들에게 주가를 부양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다.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확대했다고 한다. 5월 한 달간 무려 3.2조엔을 매입하였다. 일본기업은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재무성이 발표하는 법인기업통계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에서 주주 배당금 등을 뺀 사내유보금의 누적액은 매년 증가하여 2000년에 약 200조엔, 2010년에 약 300조엔, 2021년도에는 약 516조엔에 달하였다. 내부유보율(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를 제외하면 50% 전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2021년도의 내부유보율은 52.6%였다. 일본기업의 이익률도 2000년대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예를 들어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990년대 1∼2% 정도였으나 2021년에는 5.8%까지 상승하였다. 추세적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해 온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서 주가를 부양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기업도 풍부한 현금과 이익실현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주가상승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일본정부는 일본국민의 주식투자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장롱 속에 쌓아둔 여유자금, 받는 이자보다 내는 수수료가 더 많은 은행통장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제 직장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할 수 있으니 투자라도 해서 수익을 내라는 정책이다. 정부가 나서서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정반대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오고 국내적으로 여윳돈과 금융지식 그리고 투자할 용기를 가진 능력자들의 자금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것이 꼭 일본 국민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만은 아니다.
이익을 보는 자의 반대에는 손실을 보는 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일본의 물가상승 속도는 국제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물가상승은 일반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어느 지방 도시권의 물가 사례를 보면 식당에서 사 먹는 라면 한 그릇이 600엔에서 900엔으로, 낫또 한 팩은 100엔에서 130엔으로, 5개 들이 라면 한 팩이 198엔에서 무려 350엔으로, 맥도널드 점심이 500엔에서 650엔으로, 요시노야의 규동이 340엔에서 450엔으로, 편의점 오니기리(삼각김밥)가 110엔에서 180엔으로, 전기수도가스요금 상승률이 30%로,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일반서민의 생활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이면에 주식으로 돈을 벌 여유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실질생활수준이 하락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임금상승을 부르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여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주인으로서 주주는 좋아할 일이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방향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결국 최근 나타난 일본의 주가상승은 일본기업의 현금보유능력과 이익률 증가라는 실물적인 요인도 있지만 여전히 정부와 중앙은행의 강력한 경제정책의 효과, 즉 금융완화 효과가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완화로 인하여 발생한 영끌과 빚투의 처참한 부작용을 체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의 일본 상황에 훈수를 둘 자격이 없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동안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일본기업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러나 돈 풀기로 얻은 자산 가격의 상승은 지속되기가 어렵다. 과연 금년 하반기 일본 주식시장이 어디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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