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전기요금 폭탄, 억누른다고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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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3-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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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지난 4월 16일 8원/㎾h, 1.04원/MJ 인상되었다. 금년 소비자물가를 0.1%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3% 올라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되는 기미를 보였으나 전기(25.7%), 도시가스(25.9%), 지역난방(30.9%) 등 요금은 크게 올랐다.
 
전기요금(㎾h당)은 2022년에 1분기 동결, 2분기 6.9원, 3분기 5.0원, 4분기 7.4원 올랐고 2023년에는 1분기 13.1원, 2분기 8.0원 인상했다. 2022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40.4원 상승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51.5원으로 산정하고 있어 전기요금은 30.4원 정도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얼마나 인상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한국전력은 2015년에는 11조원, 2016년에는 12조원의 영업수지 흑자를 보였으나 2018년 이후에는 2020년 4조원의 반짝 흑자를 보인 외에는 적자 폭을 확대했고, 2022년에 단년도 적자액만 32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금년도 1분기만 해도 6조2000억원의 적자를 시현했다. 멀쩡하던 회사가 문 닫을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첫 번째는 가격정책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산업용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2017년 1분기에 109.2원/㎾h이었으나 5조9000억원의 적자를 보였던 2021년 1분기에도 105.8원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여 발전원가가 크게 상승했던 2022년에 118.66원으로 인상했으나 2021년부터 2022년 기간 중 네덜란드(210%), 이탈리아(165%), 영국(140%), 독일(83%)은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였으나 우리나라는 28.7%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적게 인상한 것은 고마울 수 있으나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필요한 인상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적자로 늘어난 부채는 결국 미래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인 것이 분명한 데도 요금을 적기에 인상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등으로 발전단가를 높인 것에 이어 선심성 가격정책으로 멀쩡했던 한국전력을 반신불구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한심한 정책을 바로 폐기하지 못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만든 적자의 골이 너무 깊었던 것도 있겠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반발을 의식한 소심한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전력을 구조적으로 효율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단박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적자 누적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전력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2022년 대부분 국가에서는 전력사용량이 감소되거나 둔화되었지만 우리나라는 2.7%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다. 2022년도 총수입액 중 원유수입액(954억5000만 달러) 비중은 13.1%로 2021년 (532억5000만 달러) 10.7%에 비해서 대폭 늘었다. 2022년 무역수지 적자액이 472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수출 부진도 문제였지만 에너지 관련 수입액의 증가가 큰 영향을 주었다(원유수입액의 60%는 다시 수출됨을 감안해도 168억8000만 달러 수입액 증가). 더욱이 기후변화 대응으로 탄소 저감이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절감은 무역수지를 떠나서 우리 국가와 국민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에너지 수입 및 생산단가가 상승하면 이에 대응하여 즉각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요 억제에는 가격 인상 수단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유류세 인하를 4개월 더 연장한 것도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늘어나고 있는 세수 감소라는 부정적인 측면은 차치하고 국제 원유 가격이 전 고점에 비해서 상당히 하락하였음에도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설탕 가격도 그렇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사탕수수 주요 생산지역의 작황 부진으로 국제 사탕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사탕수수에 대한 할당관세를 면제했다. 설탕 가격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일견 적절한 조치인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설탕 소비량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설탕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설탕 가격 상승을 인위적으로 낮출 유인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 부진에 기인하는 것이 크지만 원유 가격 상승과 우리나라 환율의 저평가에 따른 수입 금액의 증가도 한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조금씩 휴전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어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저평가된 환율도 회복되면 수입 증가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전기 생산의 원가 부담도 완화될 수 있겠지만 영업수지 적자 상태인 전기요금은 가능한 한 시장의 가격 기능에 맡겨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국민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국민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부의 탈원전 등 잘못된 정책들에 대한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시장 수급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정책을 하더라도 SNS상에서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하는 일부 세력은 있게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신념이 경제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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