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한국기업, 지배력 확대·경영권 방어에 자사주 악용…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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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3-06-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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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현행 자기주식제도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확대되거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자사주 맞교환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기업이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사주 제도는 1992년부터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면서 국내에 도입됐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사주를 취득·소각하는 것이 주주에게 기업 성과를 환원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자사주의 보유와 처분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사주 제도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한국에서 자사주는 다른 권리는 정지되지만 실무적으로 합병과 분할 시에는 신주 배정 권리가 인정된다"며 "반면 영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자사주에 권리가 인정되지 않고 자사주 처분을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기업의 자사주 보유 실익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자사주 제도를 악용한 지배력 확대와 우호지분 확보,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태도 등을 비판하며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자사주는 의결권 등 대부분의 주주권이 제한되고 있음에도 유독 인적분할은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도 지배력이 강화되는 자사주 마법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우호적인 기업과 맞교환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는 일반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건전한 경영권 경쟁을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아울러 "이론적으로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함에도 실제로 기업들은 자사주를 일정 기간 보유한 후 시장에 재매각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의견이 있다"며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에 소각 또는 매각하도록 의무화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는 해외 주요 국가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자사주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도 활용됐던 만큼 정책 마련 과정에서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균형있게 고려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오늘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열린 자세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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