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보고서 증거인멸' 첫 공판...용산서 정보관 "보고서 삭제 지시 받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소희 기자
입력 2023-05-22 18: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태원 참사 전에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한 보고서를 작성했던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보고서를 없던 걸로 하자"는 취지의 지시와 회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2일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 3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작성된 위험 분석 보고서를 참사 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삭제토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이태원 핼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던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이날 증인으로 참석했다. 보고서에는 이태원 핼로윈 축제의 인파 밀집 및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정보관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인 지난해 10월 31일 직속 상사인 김 전 과장으로부터 해당 보고서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입을 맞추자는 회유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김 전 과장의 사무실로 불려가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작성된 112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거라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며 김 전 과장이 회유한 정황도 말했다.
 
지난해 11월2일경에는 김 전 과장이 직점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김 정보관은 "보고서를 지우라는 게 처음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법적으로 지워야 하는 절차라고 해도, 부당한 지시라고 느껴졌다"고 했다.
 
김 정보관은 해당 보고서에서 실제 압사 사고가 발생했던 해밀톤 호텔 인근의 위험성을 제시했다. 그는 "클럽이 많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며 "보통 그쪽에 (사람이) 많이 몰리고, 도로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보고서를 받은 김 전 과장으로부터 “이걸 누가 작성하라고 했냐"며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뭘 할 거냐, 정보관은 집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과장 측은 "그런 식으로 발언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한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위)는 이날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보고서를 삭제한 이유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해당 보고서는 책임자들이 사전에 대비했다면, 귀를 기울였다면 참사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