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금융권 지배구조법] TF 쏟아낸 당국···결과물은 '지배구조법'이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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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5-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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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배구조법 개정안,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이상 지연

  • 은행권 개선 논의도 SVB사태·업권별 이견에 누더기될 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은행권 경영 방식과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각종 태스크포스(TF)를 쏟아냈지만 결국 이달 안에 발표할 '내부통제 개선안'이 유일한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부터 총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슈가 본격화하기 때문에 당국이 만든 TF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여름 출범시킨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논의 결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당국이 내놓을 개정안은 당초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직접 지난 3월 내놓을 것이라고 공표했다가 업계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들어보겠다며 두 달 더 미뤘다.

업계에선 발표 시기가 차일피일 밀리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은 논의를 담으려다 결과물이 '맹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지적한 뒤로 금융당국은 각종 TF를 쏟아냈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은행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매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TF 회의 때 마다 모두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국은 이달 중 지배구조법과 다음 달 은행권 개선 TF 결과를 내놓겠다고는 했지만 주요 쟁점마다 업권별 의견 충돌이 드러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또 당국은 은행권 내 과점 체계를 무너뜨리겠다며 챌린저뱅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쳤지만 현재 관련 논의는 멈춘 상태다. 논의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라는 대외변수가 발생했고 은행권에 대한 불신과 함께 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고 기존 은행권에 '메기'를 풀겠다는 당국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올해 하반기부터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데 각종 TF가 정치적 이슈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총선 출마설이다. 이 원장은 총선 출마설을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여의도에선 이 원장이 여름 전에 사퇴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특히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에 대한 발 빠른 조사가 이뤄진 데에도 이 원장의 대외 행보가 이슈에 묻히지 않도록 신속한 대처가 이뤄졌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이 원장은 금융정책을 주관하는 금융위 수장은 아니지만 윤 정부가 지난 1년간 이어온 금융 정책은 모두 이 원장 행보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윤 정부의 '빅 스피커'로 통했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원장이 움직일 때마다 금융권은 주요 정책 과제에 발을 맞췄고 각종 금융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 재원 마련에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금감원 수장에 변화가 생기면 정치 이슈에 밀려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과점을 깨기 위한 논의가 연초엔 쏟아졌지만 현재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은행권 개선 논의에 힘이 빠지고 있는데 당국 내부에 변화까지 생기면 각종 TF 논의는 뚜렷한 성과 없이 유야무야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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