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동개혁 1년, 윤대주의 아닌 사대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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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5-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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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5.8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내 별명은 사대주의자(사회적 대화 주의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단 차담회에서 노동계와 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남긴 말이다.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을 이끄는 고용부 수장 출범이 1년 지났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협치 대상인 노동조합을 제외하고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본인이 '사대주의자'라고 한다. 이번 노동개혁 난맥상은 사대주의가 아닌 '윤대주의(윤석열 대통령 주의)' 때문이다.

노동개혁은 윤석열 대통령 입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 69시간 근로제' 노동시간 개편 논란이다.

고용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지 열흘 만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 해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주 60시간 이상 근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 속에 당사자인 노조와 대화는 전혀 살펴볼 수 없었다.

사대주의 시작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복이어야 한다. 한국노총 협조라도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노조와 함께 노동개혁을 추진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9월 김문수 위원장 선임 이후 지금껏 본위원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에 참여해 보수 정부와 협의해 온 노조로 꼽힌다. 이 장관이 한국노총 출신이기도 하다. 한국노총과 협의는 상대적으로 쉬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노총과 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경사노위 25주년 콘퍼런스에도 불참하며 노동개혁에 반대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윤 정부 노동개혁은 반쪽짜리 성공이다. 정부 지지층 36%를 제외한 60%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윤대주의를 벗어나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 노조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진정한 사대주의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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