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훈 변협회장 "법률보험 개발하겠다...IPO 법무보고서 도입 목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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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상희 사회부장, 정리=장한지 기자
입력 2023-05-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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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인 불출석..."의무 저버린 변호사 엄정대응"

  • "올해 가을 변호사 비밀유지권 법안 통과 목표"

"변호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유지를 위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변호사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가 필요합니다."

역대급으로 과열된 선거전을 뚫고 당선된 김영훈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60‧사법연수원 27기)이 맞닥뜨린 첫 번째 어젠다는 이른바 '노쇼 변호사'였다. 학교폭력 소송을 수임하고도 재판에 3차례 불출석하면서 패소 판결을 받은 권경애 변호사 사건이 발단이었다. 소송에는 누군가의 전 재산이 담기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이 걸려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변호사의 의뢰인을 위한 '성실'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변협회관에서 만난 김 협회장은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직업 의무를 저버린 변호사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협회장은 "변호사의 다양화로 송무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이때 기본적인 업무부터 소홀히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변호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엄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권조사에 착수한 변협은 오는 9일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영훈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의료보험처럼 '법률보험' 개발·IPO '법무보고서' 도입 목표
김 협회장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변호사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하는 한편 '변호사 공제재단' 활성화를 통해 변호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변호사 공제재단의 한 축은 업무상 과실을 범한 변호인에게 배상액을 무이자 또는 저리로 대출해주는 '공제기금 운영'이고, 다른 한 축은 국민들의 소송비와 변호사 비용 등을 보장해주는 '법률보험 개발'이다.

그는 "변호사들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배상책임을 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라며 "최종적으로는 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마찰이 발생하면 중재 역할부터 시작해 합의를 도와주고 이후 합의가 이뤄졌을 때 배상금까지 빌려주는 프로세스를 전부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제재단은 지난 2월 설립 인가를 마쳤다.

특히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한 의료보험처럼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법률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김 협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의사협회 쪽 관계자를 만났는데 의료보험 얘기를 해서 너무나 부러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에게는 법률 수요를 확대하고 국민에게는 변호사 조력권도 보장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으로 법률보험 개발에 앞장서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을 상장(IPO)할 때 '법무보고서' 작성 절차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 기업이 IPO를 준비하려면 정관과 내부시스템 정비, 회계감사와 법률 검토, 기업 실사가 필수적이다. 이때 감사보고서, 증권발행실적보고서 등 서류 제출이 요구되는데 여기에 법무보고서를 포함하자는 것이다. 김 협회장은 "미국에서는 상장할 때 회계보고서뿐만 아니라 법무보고서도 필수 서류"라고 말했다.

그는 "IPO 때 기업의 법적 취약성 등 법률적 관점에 대한 검토가 빠져 있다"며 "일부 기업이 임의로 법률 검토를 거치기도 하지만 회계법인에 포함해서 변호사가 참여하는 정도기 때문에 책임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 검토에 변호사가 책임을 지는 법무보고서가 필수 서류가 돼서 기업이 이른바 '법률 실사'를 받게 된다면 상장 후에 회계보고서상 나타나지 않았던 횡령이나 배임 등 법률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원천 금지 유지할까···"법무당국·변호사 의견 수렴"

김영훈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변협이 코앞에 당면한 중점 과제 중 하나는 사설 법률플랫폼 대응 문제다. 김 협회장은 지난 2월 취임식에서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상인들이 법률시장 장악을 꾀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만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내겠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김 협회장은 공공 법률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활성화하면서도 법무당국과 변호사 회원들 의견을 취합해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시장 자체는 변호사 독점 시장이다. 플랫폼의 명분은 광고를 대신 해주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시장 참여자로 개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천 금지를 유지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률시장에 대한 이해나 변호사의 독립성‧공공성이 전혀 없는 다른 부처나 기관이 끼어드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변협이 책임지고 법무당국과 변협 회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단기 목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ACP‧Attorney-Client Privilege) 법안 통과다. 변협은 변호사 사무실이 수사기관에 의해 유린당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변호사 조력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ACP 법안 통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올해 가을까지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프로필
△19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학과 학·석사 △제37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7기 △수원지법·대전지법 판사 △법무법인 서우 대표변호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변협 국공선변호사회 회장 △제51대 변협 부협회장 △변협 변호사정보센터 '나의 변호사' 운영위원장 △제52대 변협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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