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파문] '송영길 귀국'에 한숨 돌린 野... 당내선 고강도 대책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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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3-04-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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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국한 송영길 "절대 도망가지 않을 것...모든 책임 지겠다"

  • '돈봉투 사태' 수습책 골몰 野...대의원 표 비중 축소 '무게'

  • 내부에선 자체 진상조사 촉구... "못하면 지도부 내려와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발언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탈당 의사를 밝힌 뒤 조기 귀국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귀국하며 한 말이다.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 전 대표가 전격 탈당을 선언하고 조기 귀국했다. 돈봉투 의혹 장기화를 우려했던 민주당은 일단 한시름 놓은 모양새다. 다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돈 봉투 의혹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은 여전하다.

당 지도부는 당내 불법 정치자금이 오갈 수 있는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개혁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강도 혁신안을 만들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다 전 대표의 돈봉투 의혹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의 국면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심려 끼쳐 대단히 송구···檢 오늘이라도 소환해 달라"

송 전 대표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며 기자들에게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고 도망가지 않겠다"며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 머물렀으며 7월 4일 귀국할 계획이었다.

그는 "저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어려운 상황에 위중하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도착했으니까 상황을 좀 파악하겠다"면서 "모르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마치 도피를 위해 파리에 있는 것처럼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파리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것처럼 출국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학교와 공식 계약을 통해 갔던 것이고, 그런 식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까 봐 귀국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애초 송 전 대표는 오후 3시 5분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착으로 3시 23분께 도착한 후 20여 분 지난 후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공항은 취재진뿐 아니라 송 전 대표 지지자와 송 전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이 모여 혼잡을 이뤘다. 송 전 대표 측 지지자는 송 전 대표 등장과 함께 '송영길'을 연호하기도, '우리는 민주당 동지' '믿는다 송영길' '선당후사 송영길'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보기도 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미소로 화답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인천시민께 사과하시오'란 현수막을 들며 '송영길 구속'을 외쳤다. 송 전 대표는 입국장을 빠져나온 후 준비된 차량을 타고 바로 집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당분간 송파구 자택에 머무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 전 대표가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께 파리 외곽에 있는 샤를 드골 공항에 출국을 위해 나타났을 때 모습도 화제가 됐다. 송 전 대표는 짙은 네이비색 정장과 회색 머플러, 까만색 뿔테 등을 착용했다. 여기에 왼팔에 코트를 건 채 표지가 빨간색인 책을 품에 안고 있었다. 이 책은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 영어 원서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송 전 대표가 자신이 오펜하이머처럼 누명을 썼으며 결국 그 누명을 벗을 것이란 의미로 이 책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는 1954년 오펜하이머가 소련 스파이 의혹을 받은 점을 이유로 원자력 관련 기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부는 오펜하이머가 사망한 지 55년 만에야 이 같은 결정을 취소한 바 있다.

◆野, 당 후속 조치 논의··· "내외부 전문가 통한 조사기구 필요"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돈봉투 의혹에 대한 당내 대응 조치를 논의했다.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을 결정한 만큼 당이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지도부 내에서는 대의원제도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의원에게 할당된 전당대회 표 비중(45%)을 대폭 줄여 현역 의원에 대한 금품 제공 유혹 자체를 제거하자는 이야기다. 김민석 정책위 의장은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의원 비율이 너무 높아서 그런(현역 의원들에게 현금을 뿌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며 "대의원제도 개선은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체적인 진상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모양새다.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셀프 면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섣불리 진상조사에 나서기보다 이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자는 것이 지도부 중론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는 자체 진상조사에 소극적인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에 대해 직무유기를 언급하며 '지도부 사퇴론'까지 등장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도부가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는 쪽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 직책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당대표, 당 지도부에 있는 이유는 이런 상황들을 헤쳐 나가라고 직책을 주고 권한을 줬는데 안 한다, 그러면 책임을 회피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라며 지도부 사퇴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당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는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수사기관 입장에서 계속 수사할 것이지만 별개로 그 조직에 대한 자체 정화 조사는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해야 하는데 그것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지도부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체 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원내대표 출마를 계획 중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찰 수사에 맡겨 놓으면 수사 시점도 검찰이 고르게 되는 것이고 수사를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것도 엿가락 늘어지듯이 수사기관이 늘릴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당이 적극적으로 내외부 전문가들을 통한 조사기구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내부 조사 여부 문제는 송 전 대표나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의혹 연루자 탈당 문제와도 얽혀 있어 쉽게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진상조사 기구가 꾸려진다고 해도 이미 당을 떠난 이들을 조사할 구속력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당 관계자는 "윤관석·이성만 의원도 금명간 거취를 정리하지 않겠나 싶다"며 "당을 떠난 사람들을 당이 조사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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