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성과보수 주주통제 강화"…세이온페이 도입, 환수제도는 이연 시스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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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박성준 기자
입력 2023-04-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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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원 개별 보수 총액 정보, 주총에서 상세 논의키로

  • "클로백, 법적 분쟁소지 존재…이연기간 3년→5년으로"

  • 은행권 "사기 저하 우려…외국 은행 비교시 관련 규모 크지 않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6차 실무작업반'을 개최하고 '지배구조법상 성과보수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주주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은행권 성과 보수체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주주들이 등기임원 보수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와 업무집행책임자(경영진) 보수지급액을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성과급 환수에 대해선 법적 분쟁 소지 등을 염려해 이연 지급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권 내부에선 임직원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6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하고 은행권 '성과급 총액 줄이기'로 귀결되는 방안들을 논의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열거됐다면, 이번엔 국내 금융 환경에 맞는 내용들이 논의됐다.  

앞서 경기 침체 국면 속에 금리 인상으로 수혜를 받은 은행들이 대규모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하자 수익 환원에 대한 목소리와 함께 당정의 뭇매를 맞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이자이익 중 30%에 달하는 11조원을 직원 급여와 성과급, 퇴직금 등으로 지급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세이온페이 도입에 공감했다. 세이온페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는 제도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 경영진 급여에 대해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도 회사법을 통해 상장사들이 경영진 급여 지급 현황을 주주총회에 상정토록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개별 등기임원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주주들에게 등기임원 개별 보수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아울러 해당 내용은 정부가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포함돼 관련 내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연차보고서에 개별임원 보수지급액을 포함해 공시하는 내용도 논의됐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임원 보수지급 총액이나 이에 대한 산정 기준 등에 대해서만 공시토록 하고 있다. 당국은 임원 개별 보수총액, 성과보수 총액,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을 공개토록 해 주주들이 임원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 기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성과급 환수(클로백·Claw-back)에 대해선 성과보수 이연 시스템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국은 기지급한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것이 법적 분쟁 소지 등으로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국은 이를 위해 최소 이연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이연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배구조법상 이미 성과보수에 대한 이연지급·환수 등이 규정돼 있음에도 국내 은행들이 최소 기준만을 맞추는 등 외국에 비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임원 등 성과보수뿐 아니라 직원의 특별성과급·희망퇴직금 등에 대해서도 주주들이 적극적인 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사기 저하 우려···해외 비교 시 관련 규모 현저히 작아" 

이번 회의 후 은행권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결국 성과보수 총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어서 임직원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성과보수 체계가 적정한지를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금융당국 측 지도에는 전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큰 그림을 그려보면 금융당국에서 성과보수 총량을 줄여나가겠다는 목적이 분명한 가운데 현직 금융회사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내 5대(KB·신한·하나·우리·농협)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개선은 물론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또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6일 국내 은행장들을 총출동시켜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 성과보수체계는 성과지표를 단순히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수익 증가가 아닌 임직원의 혁신적 노력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건전성·소비자보호 강화 등 공공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요국 은행 임원들과 국내 은행 임원들 성과 보수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다.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임원(미등기이사) 성과보수 평균은 4억3200만원이었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은행 임원 1인 평균 보수는 미국과 영국이 2020년 기준(당시 평균 달러·파운드 환율 환산 기준)으로 각각 62억5000만원, 3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 은행 임원 1인 평균 보수와 비교해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14.48배, 영국은 8.9배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단순히 보수 총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보수 산정 방식'을 어떻게 더 적정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회사 성과보수체계 검토사항 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는 임원 보수 적정성과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해야 하고 금융당국도 대중적 관심사가 경영진 '보수 총액'이 아니라 '보수 산정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건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별 금융회사 현직 임원들은 금융당국 측 지도를 대개 수용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을 제외한 여타 업권의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관리·감독당국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생각하는 큰 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성과보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 체계를 확대하는 것 만큼 분명히 잘한 성과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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