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 사건, 국내 첫 '마약+피싱' 범죄 규정...경찰 "中조직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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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4-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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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0월부터 모의 또는 계획 시작"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안동현 마약범죄수사대장이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관련해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약 반년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마약과 피싱(phishing)을 결합한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이른바 '마약 피싱' 범죄라고 명명했다.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마약음료' 사건이 이번 범행을 위해 새롭게 꾸려진 조직이 아니라 전통적 방식으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종 수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인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 국적인 이모씨(25)가 중국으로 간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의 또는 계획이 시작됐다. 이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다고 가족과 주변 지인에게 알리고 지난해 10월 17일 출국했다.

보이스피싱에 마약음료를 이용하기로 한 이씨는 중학교 동창 길모씨(25·구속)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했다. 길씨는 경찰에서 "친구 이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이씨 지시로 중국 국적인 박모씨(39)는 마약 음료를 담을 빈 병과 상자, 판촉물을 국내로 배송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마약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20대 김모씨 역시 그동안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중국에서 거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전화번호를 변작해주는 전문업자 김모씨(39·구속)가 있었다. 김씨가 관리한 전화번호는 100여 개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화번호 1개를 변작해주는 대가로 1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인천에서 김씨를 검거하며 노트북 6대, USB 모뎀 96개, 휴대전화 유심 368개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씨가 보이스피싱 조직 내 '중간책'이고 이번 범행을 전반적으로 기획한 총책은 중국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 등이 범행을 꾸민 콜센터 또는 합숙소 장소를 특정해 추적 중이다. 아울러 이씨와 박씨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최근 보이스피싱 수사 발달로 수입이 줄자 새로운 범죄 유형을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마약과 피싱을 결합한 신종 범죄로 규정했다. 국내에서 이 같은 '마약피싱' 범죄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날 오전 길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범죄단체가입활동·특수상해 및 미수·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또 중계기업자 김씨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공갈미수 혐의로, 길씨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전달한 박모씨(35·구속)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각각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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