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배상 확정..주주대표소송 제기 9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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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3-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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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였던 다국적 승강기회사 쉰들러그룹이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700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쉰들러 측 손을 들어줬다. 2014년 소송이 제기된 지 약 9년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오전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고 이 중 190억원은 한 전 대표와 함께 부담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상선 자금난에 '백기사' 된 현대엘리베이터···"거액 손해"
1874년 설립된 쉰들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제조사로 쉰들러코리아를 비롯해 세계 100여 국가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해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가 됐다.

이번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자금난에 빠진 현대상선 살리기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쉰들러 측 반발을 사면서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5개 금융사에 현대상선 우호 지분 매입 대가로 연 5.4~7.5%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전해주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곧바로 현대상선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수천억 원가량을 보전해줘야 했다. 쉰들러 측은 "현대그룹이 파생상품을 계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대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부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현 회장 개인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파생계약을 맺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고 봤다.

이에 쉰들러는 2014년 초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7180억원대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쉰들러가 가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5.5%로 1대 주주다. 각종 이자비용이 붙어 배상액은 7500억원을 넘겼다.
 
1심 "안정적 경영 달성 목적"···2심‧대법 "손실위험 미검토"

[사진=아주경제 DB]

1심은 현 회장 손을 들어줬다. 파생상품 계약이 핵심 계열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란 이유에서다. 파생상품 계약 체결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법령을 위반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라"며 현 회장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 중 19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현 회장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 계약 체결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않는 등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운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손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점 △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제한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현 회장 등이 파생상품 계약 중 일부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 체결에 대한 필요성과 손실 위험성 등에 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검토가 부족함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해당 계약 체결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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