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희토류' 탈중국 공급망 서두른다…G7 정상회의 안건 올릴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성진 기자
입력 2023-03-15 10: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일본, 호주 광산에 투자 확대

  • 미국과는 직접 교류

  • 세계 시장 비중 커 탈중국 공급망 가능 여부 미지수

  • G7 정상회의 성명 이어질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시작된 중국 이탈 움직임이 자원 분야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본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휘두르며 경제를 압박하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우방국의 희토류 의존도를 늘리겠다는 의지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독보적인 생산량을 자랑한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입김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대중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판단을 내린 이유다. 
 
日, 희토류 탈중국 위해 준동맹국 호주 광산에 투자 확대
일본은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우방국인 호주와 미국에 먼저 손을 뻗었다.
 
치열한 첨단 산업 경쟁 속에서 희토류의 중요도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원소 15개와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다. 모니터 발광 물질, 전기차 모터와 컴퓨터 자석, 양자컴퓨터 제작 등에 활용되는 등 각종 첨단 산업에 필수다.
 
지난 9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종합기업 소지츠와 석유·가스·금속 관련 국영기업인 조그멕(JOGMEG)은 3월 말까지 2억 호주 달러(1억 3470만 달러, 약 1756억원)를 호주 희토류 업체 리나스에 투자하기로 했다.
 
리나스는 수년 안에 본격적인 채굴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본 기업은 리나스가 호주 서부 마운트 웰드 광산에서 생산하는 디스프로슘(원소기호 66번)과 터븀(65번)의 65%를 공급 받는다. 일본 경제산업부는 이를 통해 일본 국내 희토류 수요의 약 3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본 기업은 단기적인 손실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망에 무게를 뒀다. 미래 산업 지형의 변화와 국제관계의 변화 등을 감안할 때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두 희토류에 대한 일본의 연간 조달량은 수백톤(t)에 달한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고려해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줄이기를 염두에 뒀다. 앞서 일본은 중국과의 대립 과정에서 희토류로 철퇴를 맞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 순시선이 중국어선을 나포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꺼냈고 중국 희토류 의존이 절대적이던 일본은 굴복해야만 했다. 이런 과거 경험을 통해 희토류를 손에 쥔 나라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가공 단계에서도 중국을 거치지 않는다. 리나스는 마운트 웰드에서 채굴한 희토류 광석을 해외로 운송해 희토류를 분리하고 정제한다. 그동안에는 중국 업체가 분리 정제 과정을 맡았지만, 이를 바꾸기로 했다. 희토류에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환경조치가 필수다. 이를 위해 새로운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미국과 희토류 교류 확대…안보 문제로 접근
 
일본은 희토류 공급망을 안보의 관점으로 보고, 미국과의 희토류 교류도 늘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비용이 많이 드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동맹국과의 거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 닛케이 아시아는 미국의 MP머터리얼스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채굴하는 희토류를 일본 무역회사인 스미토모상사에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이 광산에서 채굴되던 희토류는 중국에서 가공된 뒤 일본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과도한 의존이 문제시되자 중국을 거치지 않고 일본에 납품한다. MP머터리얼스와 스미토모상사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계약이 일본 제조업 부문에 중요한 핵심 공급망을 안정화 및 다양화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새로운 납품 형태는 오는 7월부터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스미토모상사는 일본 자석 제조업체에 연간 3000톤의 네오디윰(60번)과 프라세오디윰(59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자석 소비량의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닛케이 아시아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과도한 의존은 (세계 시장에) 우려로 등장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평양 바다 심해 희토류 발굴까지 시도
일본 정부는 자국 영해 내 희토류를 찾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닛케이 아시아는 일본 정부가 2024년부터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1900km 떨어진 태평양에서 희토류를 추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 국회는 2022 회계연도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60억엔(4400만 달러) 사용을 승인했다. 희토류 개발을 위한 펌프 개발과 6000m 길이의 파이프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 희토류가 해저 6000m 깊이에서 발견된 만큼 이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회는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을 전하며 "일본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억제하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제조 기지를 추진한다. 희토류를 포함한 필수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탈중국 행보라고 못 박았다.
 
관건은 기술력이다. 해저 깊은 곳에 있는 희토류를 채굴하는 일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 지역은 해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을 받는다. 닛케이 아시아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 이 정도 심해에서 자원을 추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日, 희토류 탈중국 G7 정상회의 안건으로…성명에 담길 듯

일본은 국제 무대에서 희토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주요 의제로 끌고 가려는 모습이다.

일본은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요물자 공급망 구축을 문서에 담아 공식화하려고 한다. 닛케이는 최근 G7이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희토류 등 물가 공급망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인 만큼 회원국이 경제 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지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G7 회의에서도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닛케이는 G7의 중요 물자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이나 미국과 유럽 등 개별적으로 구축된 틀을 G7 전체로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G7이 정상회의에서 경제 안보를 개별 테마로 다루는 것은 처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을 미국과 일본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