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보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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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3-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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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보험연구원]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광고문구다. 세상이 변하더라도 자신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최고의 명품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의 본질은 무엇일까? 최근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신회계제도와 재무건전성제도가 시행되었다. 고령화와 가구구조 변화로 인하여 이에 맞는 보험상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보험의 본질은 무엇일까? 위험을 인수하는 것이 보험의 본질일까? 보험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 비가 올 때 우산을 내미는 것,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보험의 본질이라고 많이 언급한다.

그러나 보험의 본질은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 이전에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는 것은 오랜 진화를 통해 우리의 DNA에 내재된 본능이며 우리는 이것을 ‘이웃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웃의 가장이 사망하였을 때 남은 가족이 직면하게 될 경제적 고통을 과거 이웃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던 것을 보험산업은 종신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도와주고 있고, 암 치료비에 절망했을 암 환자가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암보험이라는 것을 개발하여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의 본질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은 60년대에 우리 이웃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던 자녀 교육비를 제공하는 교육보험으로 성장을 시작하였다. 이후 80년대 암에 대한 공포를 완화해주는 암보험, 90년대 많은 대형재해 사고들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덜어준 상해보험, 2000년대 웰빙시대에 맞는 건강보험 등 시대의 요구에 맞는 보험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었다. 최근에는 고령화시대에 맞추어 장기요양보험, 치매보험 등을 판매함으로써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대수명 연장과 인구구조 변화, 고령화로 인하여 가족과 이웃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치매 노인을 더 이상 가족의 범위 안에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일반 개인들도 건강 유지와 건강한 노후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보험의 역할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건강을 관리하고 돌봄으로써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위험의 사전 예방이 주요한 역할로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치매를 걱정하는 고령층은 치매 시 간병비를 지급하는 보험보다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관리와 함께 치매 발병 시 간병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보험산업이 나아갈 바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즉, 위험인수가 아니라 위험예방으로의 전환으로, 비 올 때 우산을 주기보다는 비가 올 것을 미리 예보하는 것이다.

최근의 기술 진보는 이러한 예보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기 시작하였으며 빅데이터 분석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택배업체들은 고객이 주문하면 배달을 시작하던 것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고객의 주문을 예상하고 주문하기 전에 배달을 먼저 시작해서 고객의 문 앞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보험회사가 추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배달서비스와 달리 규제를 받는 보험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위험인수에 맞추어서 보험산업의 영업과 규제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체제 하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보험의 변화를 위해서는 보험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법규의 대대적인 변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규와 규정이 모두 바뀌어도, 보험산업의 역할이 비 오는 날 우산을 주는 것에서 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변하더라도 보험의 본질, 즉 이웃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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