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통 큰 결정... '갈등'보다 '화합'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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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강대웅 기자
입력 2023-03-1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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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 창영초 존치 전제, 동구 교육기반 개선키로

  • 지역사회의 갈등보다는 인천교육 위해 하나 돼야

  • 동구여중 신설 차질 없이 추진, 학부모 기대 부응

도성훈 교육감 [사진=인천시교육청]

얼마 전까지 인천지역사회에선 127년 역사를 가진 ‘창영초등학교’ 존치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었다. 낙후되는 동구 지역 발전을 위해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과 문화재적 가치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서였다.

해당 학부모들조차 찬반이 엇갈렸다. 워낙 역사가 깊고 걸출한 인물들의 배출이 많은 탓에 존치에 무게가 많이 실렸다. 하지만 문화재로서 보수가 불가하고 줄어드는 학생 수를 고려, 새로운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인천시와 교육청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은 지난 8일 시 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새 학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천 창영초등학교의 존치와 환경 개선을 전제로 동구 지역 전체의 교육여건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루하게 진행되던 창영초 존치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지역 여론은 환영 일색이다. 그동안 진행된 인천사회 갈등도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며 도 교욱감의 통 큰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창영초 존치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것은 학교가 갖는 인천 속 역사와 성 때문이었다.

창영초는 인천 최초의 한국인 공립소학교다. 인천 3·1만세운동의 발상지로서 문화적 보존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인천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그 때문에 건물 보존의 의미를 더해 현대사 속에서의 역할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더욱이 창영초는 한 세기 넘게 교육기관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그만큼 인천 교육의 산실이자, 인천 정신의 원천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
 
창영초 이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인천시 교육청이 오는 2026년까지 동구 우가로 소재 창영초등학교를 300미터 떨어진 금송구역 재개발지역 부지로 옮길 계획을 밝히면서다. 재개발구역에 창영초 건물을 새로 짓고 현재 창영초 자리에는 여자중학교를 신설할 것이라는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당시 교육청은 대략 세 가지로 창영초 이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첫째가 금송 재개발정비사업 구역 입주가 시작되면, 창영초 학급당 인원수가 49명에 달하는 초과밀 학급이 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증축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부득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금송 구역 내에 초등학교가 신설되면 창영초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가 예상되며 아울러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자 시민과 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하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역사적 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해 존치해야 한다며 시민 사회단체들은 ‘인천 창영학교 이전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모임’까지 만들어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창영초 이전 문제를 놓고 찬반이 심각하게 갈려 충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사이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월 27일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색이 다른 시장과 교육감의 기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에 “지역사회의 갈등보다는 인천교육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도성훈 교육감의 대승적인 결정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고 지역 화합과 상생을 위해 잘한 일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도성훈 교육감의 결정으로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창영초 존치를 전제로 다양한 동구 교육환경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찬반 측이 머리를 맞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실마리를 제공했지만 방안 마련이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창영초 자리에 신설할 예정이었던 동구여중 신설 문제도 그중 하나다. 동구여중 신설은 지난 민선 8기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은 물론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의 공통된 공약사항이었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지속해 감소하고 있는 창영초등학교를 금송지구로 이전하고, 현 창영초등학교를 여자중학교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중투심)까지 올렸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군 내 여중 신설 수요를 고려한 학교설립 유형 재검토' 및 '이전적지 활용 계획 재검토' 결정으로 부결했다. 창영초 부지 활용 이외의 대안 찾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초 인천시교육청은 이런 복안으로 2027년도 3월 개교를 목표로 '창영초 이전 후 여중 신설'을 추진해왔다. 그 절차가 지연되면서 개교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은 "늦어도 올 10월 중투심까지는 추진 방향이 결정되어야만 오는 2027년 3월 개교에 차질이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창영초 존치 결정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는 10월 중투심에 올리기 위해서는 늦어도 9월까지는 추진 방안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6개월 정도로 시간도 촉박하다.
 
도성훈 교육감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동구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소통위원회’를 꾸려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학생들에게 쾌적한 미래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포부, 그리고 역사와 문화 인천 정신을 지키려는 의지 사이에서 고민해온 도성훈 교육감이 앞으로 또 어떤 현답(賢答)을 끌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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