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소줏값 1000원 인상' 파동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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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산업2부 팀장
입력 2023-03-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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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사진=연합뉴스]

최근 유통업계 이슈 중 하나는 소줏값 인상이다. 5000원이던 소주 가격이 6000원으로 오른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민심’도 들썩였다. 소주는 ‘서민의 술’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이다.
 
주류도 소비재인 만큼 해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 만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논란’ 혹은 ‘파동’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소주 제조사가 가격 인상을 주도하지 않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공식적으로 주류업계에서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2014년 1분기 3000원에서 현재 5000원으로 66.7% 올랐다. 이미 일부 식당에서는 6000원에 소주를 판매하기도 한다. 

인상 요인은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에 따르면 소주 출고가는 지난 9년간 20% 남짓 올랐다. 그러나 다른 가공식품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월등히 적은 수준이라는 게 업체 측의 항변이다.
 
참이슬(360ml) 1병의 출고가(세금 포함)는 2014년 1분기 말 961.7원에서 2023년 현재 1166.6원으로 21.3% 올랐다. 같은 기간 처음처럼(360ml) 1병의 출고가(세금 제외)는 946.0원에서 1162.7원으로 22.9% 상승했다. 연평균 인상폭은 2.3~2.5% 수준이다.
 
세금도 올랐지만 소주 세율은 동결했다. 제조원가에 72%로 종가세가 적용되는 소주는 세율이 인상되지는 않았다. 대신 원료인 주정값이 지난해 10년 만에 7.8% 올랐다.

종량세가 적용돼 매년 주세율이 결정되는 맥주와 막걸리의 경우 주세가 오는 4월부터 맥주가 L당 30.5원, 탁주는 1.5원 인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가격 인상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에도 칼을 빼든 것이다. 소줏값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 관련 부처가 총동원됐다. 기획재정부는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살피고 있고, 국세청은 주류업계와 비공개 간담회까지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생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주류제조사들이 “출고가 인상 계획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부가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에서도 소위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비재보다 시장 규모가 월등한 전기·가스요금 폭등에 대해선 여전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갔지만, 이는 글로벌 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 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전월(5.2%)보다 상승률이 0.4%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물가가 여전히 5%대인 불안한 상황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만큼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은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데 국내 기업들만 찍어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으로 물가가 결정된다. 정부가 아무리 가격을 통제해도 수요가 늘면 결국 오르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류업계의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기업과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만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물가 관리 원칙은 생산자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주고 시장의 가격 인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나친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물가 관리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정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 억제는 맥주 등 다른 주류나 소비재에 ‘풍선효과’로 작용하게 돼 있다. 기업들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경영활동에 임해야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 정부가 ‘1000원’보다 더 큰 것을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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