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분 기자회견' 친강 中외교부장, 미국에 경고장...韓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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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3-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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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40여 차례 언급하며 맹비판

  • "대만은 핵심이익 중의 핵심···미·중 관계 레드라인"

  • '외교노장' 왕이와 손발…'이강(毅剛)' 체제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 헌법을 꺼내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대중정책은 완전히 이성적이고 건전한 궤도를 벗어났다."
"미국이 제동을 걸지 않고 계속 잘못된 길로 가면 충돌과 대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재앙적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향해 강경한 어조로 경고장을 날렸다. 주미대사를 역임하다가 지난해 말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친강이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강력히 비판한 것. 
 
1시간 50분 기자회견···美 40여 차례 언급하며 맹비판
약 1시간 50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을 40여 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미국을 비판하고 견제했다. 

친 부장은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을 올림픽에서 반칙을 일삼는 선수에 비유하며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늘 상대 선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심지어 상대 선수를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만든다면 이는 공평한 경쟁이 아닌 악의적 대항"이라고도 꼬집었다.

친 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개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를 만들고, 각종 폐쇄적이고 배타적 울타리를 만들고,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대항을 유발하고 아·태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획책한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향해 “제로섬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중국과 함께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이익이 되는 중·미 관계의 올바른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대만 문제는 핵심이익 중의 핵심···미·중 관계 레드라인"
대만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미리 예상했다는 듯 준비한 중국 헌법을 들어보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중국 헌법 서문을 콕 짚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 중의 기초로, 중·미 관계가 절대 넘어서는 안되는 첫번째 레드라인"임을 강조했다.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묻는 질문엔 "'덕에는 덕으로 보답하되, 공격에는 정당하게 응대하면 된다(以德報德, 以直報怨)'는 의미를 담은 공자의 말을 인용한 뒤 "중국 외교는 충분한 관대함과 선의로 이뤄지지만, 승냥이가 길을 막고, 굶주린 늑대가 습격해오면 중국 외교관은 반드시 늑대와 함께 춤을 추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매년 전인대 개최기간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중국의 외교기조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미가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 부장은 미·중 관계, 대만 문제 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일대일로, 중동 정책, 중·러 관계, 중·일 관계 등을 포함해 총 14개의 질문에 답했다. 다만 한·중 관계와 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외교노장' 왕이와 손발···中외교 '이강(毅剛)' 체제 돌입
친 부장은 오는 12일 전인대 전체회의 표결을 거쳐 국무위원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석달 만에 차관급에서 국무위원급으로 두 단계 승진한 셈. 앞서 전임자인 왕이(王毅)가 2013년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후 5년 후인 2018년에야 비로소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것과 비교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그만큼 중국 지도부의 각별한 신임을 얻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 부장은 전임자인 '외교노장' 왕이와 호흡을 맞추며 중국 외교를 이끌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입성한 왕이는 올해 1월 양제츠(楊潔篪)의 뒤를 이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왕이와 친강의 이름 뒷 글자를 각각 따서 "'이강(毅剛, 굳세고 강인하다는 뜻)' 조합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돌파하는 한편, 동남아를 비롯한 주변국 국가와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외교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친 부장은 외교부 대변인, 주영국 대사관 공사, 예빈사 사장(국장급), 부장조리(차관보급), 부부장(차관), 주미 대사직을 두루 거쳤다. 외국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주미 대사로 근무하기 전까진 미국과 직접적 교류 경험이 없으며, 아직 외교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왕이는 2013년부터 10년간 외교부장을 역임한 외교 베테랑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친강이 아직 전반적인 외교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며 당분간 이강 체제는 ‘노장’ 왕이가 ‘후임자’ 친강을 이끄는 이른바, “이로대신(以老带新·노장이 신참을 이끌다)’ 형태를 띨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왕이는 유럽을 순방하고,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고,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미국·유럽·러시아 등 강대국 외교에 집중한 반면, 친강은 주로 동남아 등 주변국과 아프리카 등 개도국 외교에 주력하며 왕이와 역할 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관계대학원 리밍장 부교수는 연합조보에서 "중국의 외교 정책은 마오쩌둥 시대부터 고위층의 지도를 받아온 만큼, 외교관은 단순히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에 불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 집행 차원에서 외교관들이 각국과 신뢰를 쌓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면 중국의 대외 관계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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