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비서관이 말하는 디테일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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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3-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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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1195개에 달하는 국가기념식과 대통령 행사를 기획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그는 지난 5년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와 함께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비롯해 많은 행사를 기획하며 느낀 디테일의 비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비서관 [사진= 메디치미디어]


Q. 어렸을 때 장래희망에 한명씩은 대통령을 적었던 것 같아요.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이들 중 한 분이실텐데요. 직접 경험한 대통령은 어떤 직업인 것 같나요?
A. 제가 제일 가까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 저보다 더 가까이 있던 분도 있었는데 다만 제가 했던 일이 대통령 옆에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 장래희망에 대통령을 썼던 건 대통령이 멋있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힘도 강하고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래희망에 대통령이라고 썼던 거죠.

하지만 제가 옆에서 보니까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더라고요. 대통령은 항상 다른 사람의 말을 많이 들어야 되는 자리, 많이 생각해서 결정해야 되는 자리, 많이 고민해야 되는 자리예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걸 권한과 권력이라고 하잖아요. 그것보다 책임이 훨씬 크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Q. 문재인 전 대통령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쉽게 티가 나는 편이였나요?
A. 거의 그런 일이 없었죠. 사람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티가 나잖아요. 근데 그걸 굉장히 절제하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Q. 청와대에서 일을 잘하거나 못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공무원이 일할 때 목표라는 게 있고 그 목표를 달성했냐 안했냐를 평가 받잖아요. 그 성과를 달성하면 과정이 어땠든 일을 잘한 거고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담당자가 일을 못한 것으로 평가 받죠.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Q. 다시 청와대에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안갈 것 같아요. 또 다시 하라고 하면 굳이 다시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서 선택할 수 있다면 미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그 일이 어떤 일인지도 알고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면 또 할까 싶긴 해요.
 
Q. 탁 전 비서관의 취미가 궁금해요.
A. 낚시 하거나 산에 가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빈둥빈둥 거리는 것과 음식하는 걸 좋아해요.
 
Q. 디테일은 훈련인가요 아니면 타고난 성격인가요?
A. 디테일은 '애정'이에요. 자기가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지잖아요. 자기가 하려는 일에 애정이 있으면 디테일해져요.
 
Q.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반대로 즉흥적인 스타일 인가요?
A. 청와대에 있으면 1년치 계획이 나와요.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일도 있죠. 다만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에 맞춰 진행을 하다 보니 제가 했던 일은 즉흥적일 수 없어요.

시간영수증 [사진= 김호이 기자]



Q. 탁현민에게 5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A. 기획하고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다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근데 코로나가 조금 아쉬웠어요. 제약과 규모를 줄여야 되는 게 많아서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못했어요.
 
Q. 청와대 참모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 같은데 많은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 드러나는 일이잖아요. 세상의 모든 일이 이목을 끄는 일이 있고 조용히 묵묵히 하는 일이 있잖아요. 부담이 되긴 했지만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죠.
 
Q.정치인 혹은 정치 집단이 어떤 모습이어야 호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아이러니하죠. 우리는 정치인이 정치인 같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나요? "저 사람은 정치인 같지 않다"고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죠. 정치라는 건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야 해요.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게 대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많이 생각하고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항상 마음처럼 되진 않기 때문에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이 오해를 만들면 굉장히 답답할 거 같아요. 예전 모습을 떠올리면 어떤 부분은 굉장히 욱하는 분 같고 또 그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사표는 몇 번 냈지만) 5년동안 청와대에 있던 걸 생각하면 힘든 걸 꾸욱 참아내는 분 같아요. 어떤 모습이 더 ‘탁현민’다운 성격인가요?
A. 한 사람 안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어서 하나로 규정되는 사람은 억울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다양한 측면이 있거든요. 한 사람을 평가할 때 다양한 면을 함께 봐야지 그 사람의 단면을 보는 건 무모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일 좋은 건 그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거죠. 사람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아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비서관이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Q. 청와대 비서관으로서의 탁현민, 사람으로서의 탁현민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청와대에서 일했던 모습의 저는 제 인생의 한 순간이에요. 그것이 내 인생의 전부로 포장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Q. 직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 이고 탁현민이 경험함 대통령 비서관이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 것 같나요?
A. 1점도 줄 수 있고 5점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들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1점이겠죠. 하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지 못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5점이에요.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A.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을 가져야 돼요. 그러면 일도 재밌을 거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만족할 수 있겠죠. 애정 없이 하는 일은 사랑 없이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것처럼 공허한 것 같아요. 그 일에 성취와 상관 없이 본인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갖는 편이 여러모로 좋아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비서관과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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