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코인거래소도 '보이스피싱법' 적용...피해자 구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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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2-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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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 '제2차 금융분야 보이스피싱 대책' 발표

  • 가상자산 이용·통장협박 등 신규유형 범죄 적극 대응

[사진= 금융위원회 ]

# 30대 직장인 A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2000만원을 송금했다가 뒤늦게 신고했지만 돈을 찾을 수 없었다. 사기범이 피해금을 국내 코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타 코인거래소로 옮긴 뒤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코인거래소는 사기범의 계정이라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정지시킬 수 없고 그에 따라 옮겨진 계좌 추적도 할 수 없다. 특히 금융실명법 상 거래정보를 타 기관에 넘기기 위해서는 계정 명의자인 사기범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진 A씨는 답답함 속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넘어간 자신을 자책했다. 

최근 가상자산(가상화폐) 등 새롭게 등장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면서 정부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가상화폐가 과거 대포통장과 같이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그에 발맞춘 피해자 구제 규정을 보완하고, 비대면 계좌 개설 시 본인 확인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금융분야 보이스피싱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출범,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 설립 등 보이스피싱 엄단을 국정과제로 발표한 데 이어 '대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방안 당정협의회'와 함께 추가 대응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만나 피해금을 건네받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이 증가하고, 가상자산을 이용하거나 통장협박에 나서는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금융위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에 주목했다. 가상자산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은 2020년 82억6000만원에서 2022년 199억6000만원으로 2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앞서 언급된 사례와 같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범인 계정으로 옮겨간 경우 현행법상 범인 계정에 대한 지급정지가 되지 않는다. 금융회사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범인 계정 정지 요청을 하고 있다. 계정 정지가 되면 계정 명의인의 입금, 출금, 가상자산 전송 등이 제한된다.

문제는 코인거래소가 범인 계정을 정지하더라도 현재로는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회사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번호만 주기 때문에 가상자산거래소는 계좌번호로 피해자를 파악할 수 없다. 특히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로 한 번이라도 옮기게 되면 피해금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보이스피싱법상 피해금이 금융회사에서 타 금융회사로 송금될 경우 금융사 간 정보공유를 통해 지급정지가 가능한 반면 코인거래소의 전자지갑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돼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앞으로는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일선 금융회사와 동일한 피해구제 절차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경우 가상자산거래소는 즉시 범인의 계정을 정지하고 피해자 구제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코인 거래소는 가상자산 전송 시 24~72시간의 숙려시간이 있는 만큼 보이스피싱법을 적용할 경우 피해금 환급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의 보이스피싱법 개정안은 오는 4월 중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당국은 또한 해외거래소나 개인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 전송 시에는 본인확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선 국내 거래소의 보이스피싱법 적용을 통한 피해자 구제 방법은 해외거래소나 개인 전자지갑 출금 시 통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는 비대면 계좌 개설의 본인확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남동우 금융위 민생침해금융범죄대응단장은 "대부분의 계좌 개설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범인들이 대포통장을 활용할 수 없게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신분증의 얼굴과 실제 얼굴이 일치하는지 보게 될 것이고, 이런 시스템이 확대되면 보이스피싱 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계좌 지급정지 절차를 악용한 이른바 '통장협박' 피해자 구제에도 나선다. '통장협박'이란 계좌가 공개된 자영업자 등에게 소액을 송금한 뒤 자영업자 계좌를 일부러 지급정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당국은 금융회가 사기이용계좌(통장협박피해자 계좌)가 피해금 취득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송금액 수준에서만 일부지급정지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10만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10만원의 금액만 지급정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남 단장은 통장협박의 판단 기준이 금융사에게 주어질 경우 금융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도 보이스피싱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통장협박이 명확한 데 소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면서 "금융사들은 지금도 일부지급정지를 해주고 싶지만, 법적으로 막혀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밖에도 금융회사와 간편송금업자간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정보를 공유해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의 신속한 피해구제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또 확대되고 있는 간편송금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와 선불업자간 관련 계좌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남 단장은 "보이스피싱 신고 시 선불업자에게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최종 수취계좌의 신속한 지급정지가 가능하다"면서 "24시간 대응체계 구축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의원입법을 추진해 국회에 제출하고, 금융회사 시스템 등도 신속히 개발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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