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선규 "첫 주연작 '카운트'...부담감, '진정성'으로 이겨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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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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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운트'에서 '시헌' 역을 맡은 배우 진선규.[사진=CJ ENM]

배우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로 이름을 알린 뒤 스릴러, 코미디,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 대열에 오른 그는 어엿한 '주연 배우'로서 작품을 이끌게 됐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진선규가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금메달리스트 출신 체육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가 처음으로 맡은 주연작이라서 주변에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느냐'라고 많이 물어요.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역할이고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데다 포스터에는 제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나오잖아요. 이런 게 익숙지 않아서 부담도 느끼고 어려움도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응원을 받았고 동료들도 함께해주니 이겨내도록 해야죠."

진선규는 영화 '카운트'를 통해 왕관의 무게를 실감했다. 최근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서는 부담감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였던바.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날 아침에 영화의 모티프가 된 전 복싱선수 박시헌 선생님과 문자를 주고받았어요. 선생님께 부담감을 토로하며 '동료 배우들에게 처음으로 내 이름과 얼굴이 걸린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 너무 떨리고 두렵다'고 말하니 '최고의 선수가 링에 오르는데 그렇게 떨고 있으면 어떡하냐. 당신이 그렇게 떨면 주변 선수들도 함께 떤다. 씩씩하게 잘하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기자간담회 때도 그 말이 떠올라서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부담감도 크지만, 주변에서 엄청난 응원을 보내주셔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 '카운트'에서 '시헌' 역을 맡은 배우 진선규. [사진=CJ ENM]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카운트'는 실존 인물인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 일화를 모티프로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더해 창작됐다. 비운의 금메달리스트라는 과거를 뒤로하고 교사이자 감독으로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했던 박시헌 선수의 일화에서 착안해 새롭게 창조해낸 영화적 재미와 실화의 감동이 공존하는 특별한 재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사실 서울올림픽 복싱 경기를 두고 편파 판정 논란이 있었던 줄 몰랐어요. 제게 서울올림픽은 '굴렁쇠 소년' 이미지가 다예요. 시나리오를 읽은 뒤 여러 가지를 알아보았는데 이상하리만치 저와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진해는 제 고향이기도 하고요. 극 중 '시헌'의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에 많이 공감했어요.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에게 '제가 꼭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죠."

박시헌 선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금메달이 걸린 경기였던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편파 판정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로 부임해 제자들을 키우는 데 열정을 쏟았다. 이후 2001년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코치를 시작으로 2011년 대한민국 국가대표 코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감독을 거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총감독을 역임했다.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하신 건 '시나리오 그대로 만들어 달라'였어요. 사실 선생님과 사모님께서는 이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크게 반대하셨대요. 당시에 워낙 마음고생을 하셨던 분들이니까요. 이 이야기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두려우셨던 것 같아요. 사모님은 아직도 영화를 못 보실 정도니까요. 마음이 너무 아프시대요. 상처가 워낙 컸던 분들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영화화를 허락한 박시헌 감독은 '시헌'을 연기하는 진선규에게 서울올림픽 당시를 설명하며 깊은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박시헌 감독의 솔직한 말들은 곧 진선규에게 지침서가 되었다.

"영화 제작이 결정되고 선생님과 따로 만나게 되었을 때 당시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졌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심판이 자기 손을 들어주어 의아했다고 하셨어요. 극 중 대사에도 나오죠. '만약 내가 은메달이었다면 사랑하는 복싱을 계속할 수 있었을 텐데. 무언가 꿈을 꾸면서 살아갈 텐데'라고요. 그 말이 제겐 어떤 질문보다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선생님의 마음가짐이나 생각 같은 걸 (관객에게)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내면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어요."

영화 '카운트' 스틸컷. [사진=CJ ENM]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지만 외형적으로 박시헌을 따라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진선규에게 '시헌'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물의 내면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박시헌 선생님께서 영화를 보시고는 '30년의 아픔을 잘 풀어내 줬다. 아픔을 씻겨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제게도 큰 위로가 됐어요."

진선규는 '시헌'의 내면을 따라가며 매 순간 공감했다고 말했다. 사고방식부터 사소한 이력까지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헌'은 정말 저와 공통점이 많아요. 저도 진해에서 나서 자랐고 체육 선생님을 꿈꿨거든요. 복싱도 꽤 진지하게 했거든요. 관장님께서 '프로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권유하실 정도로요. 당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어서 테스트는 받지 못했지만 복싱을 굉장히 좋아했고 진지하게 배우고 있었어요. 또 무엇보다 닮은 건 '시헌'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에요. '시헌'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후배들과 함께 꿈을 이뤄가잖아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서 크게 공감했죠."

영화 '카운트'에서 '시헌' 역을 맡은 배우 진선규.[사진=CJ ENM]


진선규는 영화 '카운트'로 금의환향한 기분이라고 말하면서도 "작품과 배역에 있어서 주연과 조연으로 구분 짓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이 작품이 잘 안 되고, '진선규는 주연보다 조연이 더 잘 맞아'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상관없어요. 그저 하던 대로 나아가다 보면 또 기회가 오겠죠. 지금 주인공을 맡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배역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중요하죠."

진선규는 연극 무대에서 매체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계속해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매우 많아요. 부조리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배역도 맡아보고 싶고, 멜로도 해보고 싶고요. 하하하.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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