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가구 2주택에 신규 재산세 부과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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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3-02-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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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주택자, 미사용 토지에 별도 세금 추징방안 논의

  • 토지와 건물 분리해 새로운 세제개편 움직임도

  • 호찌민市에 시범적용 시작..."전국으로 확대해야"

HVC그룹이 하노이 빈홈스 오션파트 내 건설 중인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사진=HVC그룹]

베트남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징수를 강화할 전망이다. 한국, 독일 등 다른 국가처럼 이른바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누적 재산세를 도입하고 임대 목적의 부동산 구매에 대한 중과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소유자의 부동산에 대해 전체 재산세를 일괄 적용했지만, 개별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는 적용하지 않았다. 

5일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과열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고 제한된 국가자원(토지)을 활용하기 위해 1가구 2주택 이상의 집소유와 비거주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세금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당국은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이 충분하도록 가격을 억제할 해결책을 모색해왔다”며 “신규 재산세 도입은 부동산 투기 억제와 함께 정부의 세수 증가에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신규 징수분야는 크게 세 갈래 방향으로 고려되고 있다. 첫번째로는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부동산 취득 시 내는 등록세, 매각 시 납부하는 개인 소득세, 비농업 토지 보유에 대한 세금 등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방향이다.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신규 등록비는 현재 부동산 가치의 0.5%에서 2%로 인상되고 최대 징수액은 5억동에서 10억동으로 인상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비농업용 토지에 대한 보유세는 현재 수준의 최대 5배, 개인소득세는 현 수준 최대 2배까지 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구체적인 세율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다.

두 번째 징수대상은 소유자가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임대목적의 비거주 부동산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이 안에 대한 구체적인 세액과 부과 기간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 징수 분야는 세금제도를 개편해 토지와 건물을 아예 구분해 별도로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다. 현재 베트남은 소유자의 토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베트남의 재산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재산세 신규도입 시범지역으로 호찌민시를 지정했다. 호찌민시는 베트남 최대경제도시로 지난해 베트남의 전체 부동산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찌민시는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세금을 징수할 것이며, 이 부분의 세수 확보는 중앙 정부와는 별도로 시 예산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 올해 자체 지방예산 할당치는 지난해 18%에서 3%가량 오른 21%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부정적 영향 고려해야...명확하고 공정한 징수 계획이 우선"
  개편안 10월 국회 상정예정..."세수와 거래 투명성이 우선 고려될 것"
한편 정부의 부동산 세금제도 개편 방향이 알려지자 관련 업계에서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세금을 높이는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시기, 적용지역 등은 조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 부동산리서치 회사인 DKRA의 보홍탕 부사장은 두 번째 주택에 대한 부동산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호치민시 시범 제안은 국제 관행에 부합하지만, 두 번째 주택세를 부과하기 전에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이제 기본적으로 완성돼 세컨홈택스 징수가 가능해졌다”며 “과세는 예를 들어 도심과 외곽, 도시와 농촌, 거주용 부동산과 생산 또는 사업용 부동산 등 지역에 걸쳐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세금제도를 준비하는 데 최대 2~3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정부는 먼저 효과적인 납세자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완성하고 하나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을 명확하게 식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람객들이 호찌민 빈홈스 그랜드파크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빈홈즈(VinHomes)]

부동산 칼럼리스트 응우옌호앙은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개인이 추가 재산세를 납부하기 전에 소유할 수 있는 부동산의 양과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있다”며 “우선 베트남은 부동산 소유자가 부유한 중심 비즈니스 구역의 두 번째 부동산에 누진세를 적용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쩐민호앙 베트남 부동산협회 사무국장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구매자의 추가 비용이 패닉을 일으켜 시장이 냉각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세금을 부과할 적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질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요금이 너무 높아서는 안 된다”며 “시장 개입이 너무 강하면 다른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세금 제도 방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베트남 부동산은 이미 토지사용세, 법인소득세, 재산양도세, 등록세 등 많은 세금과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어 제2의 주택세가 관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국내 최대 현안인 개정토지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당홍보 전 천연자원환경부 차관은 “새로운 부동산 세금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줄이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이모이 개혁 이후 베트남 땅값이 300~400배로 뛰었다고 추정하면서 “여러 세제 개혁 중 특히 두 번째 주택에 대한 고세율은 투기를 방지하고 부동산 시장에 돈이 넘쳐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세금은 호찌민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초안 완성 이전에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계속해서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주무 부서인 천연환경자원부의 쩐홍하 장관 겸 부총리는 지난 4일 정부회의를 통해 “완성된 정부 초안은 오는 10월 국회에 법안으로 상정된다”며 “무엇보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 목적은 정부의 예산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무엇보다도 베트남 내 부동산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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