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권리금은 옛말, 목 좋은 상가도 몇 달째 공실"…침체된 신촌상권,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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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수습기자
입력 2023-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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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부터 9월 말까지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임시 해제

  • 반응 엇갈려…"외부 방문객 늘 것" vs "학생 중심 상권 저해"

24일 신촌 연세로 광장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시범 운영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새롬 수습기자]

“대로변 목 좋은 상가가 몇 달째 공실이고 5억~10억원씩 하던 권리금이 아예 없어진 곳도 많아요. 상권이 무너지면서 상인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조치로 상황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 A씨는 "앞으로 지켜 봐야겠지만 차량 통행이 허용되고 전보다는 외부인 유입이 늘면서 상권이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촌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유플렉스와 스타광장 일대를 걷다 보니 곳곳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채 비어 있는 상가들과 자주 마주쳤다. 

연세대 졸업생인 서대문구 주민 변모씨(28)는 "한창 대학 생활하던 때와 비교하면 몇 년 전부터 신촌 상권이 예전만 못한 것을 체감한다"며 "자주 가던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비어 있는 상가도 많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신촌 일대 상권은 인근 상권에 비해서도 공실률이 높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신촌·이대 권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13.8%, 2분기 15%, 3분기 10.3% 등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인근 마포구 동교·연남 권역은 1~3분기 모두 공실률 0.9%를 유지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신촌·이대 권역은 1분기 13.8%, 2·3분기 9.0%였지만 동교·연남은 세 분기 모두 0%로 집계됐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신촌 상권 생존율은 32%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다.

연세로 공인중개사 B씨는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다 떨어졌고 공실도 많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안 내리고 버티는 곳들은 몇 달씩 공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잡화점 사장 C씨도 "최근 가게 자리를 옮기며 알아보니 권리금 없는 상가도 많았다"며 "중개업소에서 먼저 임대료를 얼마까지 맞춰주겠다고 나서더라"고 전했다.
 

24일 곳곳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는 신촌 일대 골목. [사진=박새롬 수습기자]

인근 상인들은 지난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되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가 침체에 빠진 신촌 상권을 되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부터 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약 550m 구간인 연세로는 2014년 서울시 최초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이후 9년간 버스와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만 24시간 통행이 가능했다. 택시도 오후 11시~오전 5시까지 제한적인 통행이 가능했고 일반 승용차는 진입이 금지됐다. 

보행자 친화를 위해 도입된 정책이었으나 이후 상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신촌 상권을 쇠퇴하게 한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한시적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면서 24시간 내내 이륜차를 제외한 차량 통행이 전면 허용되게 됐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D씨는 "대중교통을 타고 쇼핑하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차량 통행 허용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학생 중심 상권인 신촌 거리에 차량 통행이 허용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신촌은 젊은 학생들이 만드는 상권인데 차가 마음대로 다니면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문화를 즐길 공간이 사라져 오히려 상권을 죽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카페 사장은 "이대 쪽과 함께 신촌 상권이 아예 침체됐는데 차량 통행을 허용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대문구는 연세로 차량통행 정상화를 시작으로 △주차공간 확보 △이대 일대 지구단위계획 변경(권장용도 확대) △경의선 철도 지하화를 통한 신대학로 조성 등 방안을 통해 신촌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19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연세로 차량통행 정상화·신촌 활성화 추진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새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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