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상 논란] ② 사금융 내몰린 서민 볼모로 금리 올리자는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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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1-1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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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연 20%→연 27.9%) 소식이 수면 위로 오른 배경은 저신용자들의 고통 분담이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맞아 서민금융기관(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의 조달비용이 크게 늘었고,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저신용자’ 대출 취급량을 줄였다. 이후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은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렸고, 관련 피해가 급증해 이를 막으려면 결국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서민을 볼모로 잡은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금리 인상은 높은 금리로 서민 고통을 유발할 또 다른 여지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리 인상 ‘신용 불량자’ 양산 뇌관 될 수도
 
서민금융기관들이 ‘저신용자 수용 불가’ 방침을 내세운 근거는 ‘수익성 악화’다. 대부업체의 경우 기준금리가 연 3.25%까지 치솟으면서 조달금리가 연 10% 내외 수준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저신용자라는 고객 특성을 고려해 대손 비용을 연 5%만 잡아도 금세 최고금리에 근접해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건 그야말로 ‘양면의 칼날’이다. 이들 주장처럼 해당 업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저신용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즉, 소득이 높지 않고 안정적인 대출 상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 최고금리를 올려 ‘이자 부담’이 커지면, ‘채무 불이행’이 급증할 확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 이는 결국 ‘신용 불량자’를 다수 창출하는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들어 낼 여지가 충분하다.
 
이들 업권 주장과 달리, 실적 흐름도 아직까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업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14조5000억원에서 재작년 말14조6000억원, 작년 6월 말 15조9000억원으로 점진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상반기 금융당국 등록 대부업자도 재작년 말보다 12곳이 늘었다. 같은 기간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113곳이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의 소액대출 흐름도 양호하다. 소액대출은 통상 300만원 이하로 단기간 빌리는 자금을 뜻한다. 금리가 법정 최고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별도의 담보 없이 신청 당일 빌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에 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작년 3분기 말 소액대출 잔액은 1조56억6000만원으로 직전 분기(9411억9400만원)보다 644억6600만원이 늘었다.
 
저신용자 구제, ‘정책금융’ 활용 개선 선행돼야
 
금융업계에선 저신용자들을 구제하려면 최고금리 인상보단 먼저 ‘정책금융’ 활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햇살론’ 등이 대표적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햇살론 한도 확대를 올해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확대된 한도(근로자햇살론 2000만원, 햇살론15 2000만원, 햇살론뱅크 2500만원)가 올 연말까지 유지된다. 이 상품들은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이거나 신용점수 하위 20%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조만간 보험업권에서도 햇살론을 찾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햇살론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사들이 출시를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205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라며 “섣부른 최고금리 인상에 나서기보단, 정책상품에 대한 접근성 및 홍보를 강화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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