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당근마켓'에서 헐값에 팔리는 '핵산검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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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1-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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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코로나 시대…사라지는 제로코로나 상징물

  • 거리의 흉물로 전락한 핵산검사소

  •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 핵산검사원

중국 베이징 시내 곳곳에 핵산검사소가 흉물처럼 방치됐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고 핵산검사소. 10㎡ 면적. 가격 8000위안. 공중전화 부스·가판대·이동 수유실·헌혈소·경비소·24시간 무인편의점 등으로 활용 가능함. 배송불가. 직접 방문 바람."

중국 '제로코로나' 방역의 상징물이었던 핵산검사소(核酸采樣亭)가 최근 온라인 중고마켓에 매물로 올라오는 신세가 됐다.

중국이 지난달 갑작스럽게 방역을 풀어 위드코로나로 급전환하면서 시민들이 더 이상 2~3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핵산검사(유전자증폭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위드코로나 시대에 핵산검사소와 핵산검사원은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거리의 흉물로 전락한 핵산검사소

중국 온라인 중고마켓 '셴위'에 올라온 '핵산검사소' 매물 [사진=셴위 앱]

최근 '중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셴위(閑魚)에는 핵산검사소를 판매한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온다.

지난해 핵산검사소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인의 말에 혹해서 핵산검사소를 5개 구매했다는 위씨. 그는 중국 제멘망에 “에어컨·소독기·무전기 등 설비를 갖춘 핵산검사소를 당시 개당 1만5000위안(약 276만원)에 구매해는데, 지금은 8000위안에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구매자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헐값에 팔아 막대한 손실만 입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 내 발열환자 폭증세로 일부 핵산검사소는 간이진료소·발열클리닉·임시 약국 등 의료 목적으로 개조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 핵산검사소는 거리에 방치된 상태다. 제멘망은 방치된 핵산검사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3년간 제로코로나 방역을 고수했던 중국 정부는 특히 지난해 5월엔 핵산검사 상시화 계획을 추진해 주요 대도시에 도보 15분 거리마다 검사소를 설치하는 '핵산검사 15분 생활권'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4개 1선 도시에 설치된 핵산검사소만 최대 3만여곳. 전국적으로 보면 최대 20만개 넘는 핵산검사소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중국의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핵산검사가 사실상 폐지됐고, 그동안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핵산검사소 제조사들도 현재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멘망에 따르면 광저우의 컨테이너 제조사 파리라이(法利萊)도 지난해 핵산검사소 제작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5~7월까지만 해도 일손이 부족해 타사업부 인력까지 핵산검사소 제작에 투입했지만, 지금은 아예 핵산검사소 제작 사업부를 없앴다.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 핵산검사원

핵산검사원 [사진=신화통신]

핵산검사 폐지로 사라진 것은 핵산검사소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 정부가 지정한 신(新)직업군에 포함됐을 정도로 유망 직업이었던 핵산검사원들은 실업자 신세가 됐다.

원래 베이징에서 산부인과 간호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지난해 고향 간쑤성으로 돌아온 우씨.  병원 간호사 일자리를 못 구한 우씨는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는 핵산검사회사에 임시직으로 취직했다. 공항에서 핵산검사 채취 업무를 맡았던 우씨는 한때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지난달 핵산검사가 폐지되자마자 해고됐다. 우씨는 제멘망에 "핵산검사원으로 오래 일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실직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코로나 15분 생활권 조성으로 중국 핵산검사 시장은 연간 140억 위안(약 2조6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며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최소 100만명의 핵산검사원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왔을 정도로 핵산검사원 수요도 급증했다. 당시 많게는 한달 10만 위안도 벌었지만, 지금은 1만 위안 벌면 많이 버는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핵산검사 회사의 검사 결과 조작, 부패 비리 등과 같은 문제도 폭로되면서 '발국난재(發國難財, 국가의 재난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라는 비난의 화살도 쏟아졌다.  

상하이의 한 체외진단 회사의 핵산검사 사업부에서 일하는 천씨는 원래 올해 부서에서 신규 채용 계획이 있었지만, 최근 핵산검사 폐지돼 결국 무산됐다고 제멘망에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핵산검사 대신 다른 건강진단 검사 프로젝트를 연구개발하는 등 신사업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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