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우리사주와 ESG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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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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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국증권금융]


최근 ‘ESG 경영’이 전 세계 경영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였으며, 글로벌 투자회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향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 세계 투자회사들이 ESG 평가 정보를 실제 투자 시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한편,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는 ESG에 대한 소비자, 투자자, 정부 등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ESG 경영은 더 이상 경영진의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핵심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가치 향상과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최근 경영활동의 핵심 키워드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축적한 자본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소비자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회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면서, 기업은 단순히 주주만 바라볼 수 없다. 이제 단순히 다수 지분을 가진 자가 독단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 환경은 유지되기 어렵다. 근로자, 고객,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포용할 수 있는 ESG 측면의 경영전략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경영활동 일선에 있는 근로자의 이익을 고려하고 동반성장에 눈길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기업은 근로자를 단순한 자원(Human Resource)에서 자본(Human Capital)으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하여 그 가치 향상을 위해 투자하고, 공정한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는 추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자가 주주가 됨으로써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노사협력을 증진시키는 우리사주제도는 기업에 매우 유용하며, 이해관계자를 포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ESG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에게 소속 회사의 주식 취득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한편, 근로의욕 고취를 통해 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생산적 근로복지제도이다. 이와 함께 기업 일선에 있는 근로자 주주는 내부감시자로서 경영 투명성을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우리사주제도의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이래 2002년 근로자복지기본법으로 제도가 법제화 되었고, 이후 우리사주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유사하게 우리사주 매입 옵션 부여)과 기업의 무상출연 제도(기업이 근로자에게 무상으로 우리사주를 부여)를 도입하는 등 여러 차례 제도 보완을 거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주제도의 운영 현실은 제도 개선의 속도나, ESG를 강조하는 경영환경 변화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허용되었음에도, 여전히 기업공개 등에 따른 우선배정 취득 비중이 55%에 육박한다. 한편, 우리사주 출연 재원도 근로자 부담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 부담으로 보유하는 우리사주의 비중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경우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전적으로 근로자가 부담하게 되므로, 우리사주를 장기보유하기 보다는 단기보유 후 매각을 선택하게 된다. 상장회사의 경우 우리사주 보유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 53% 수준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반영된 결과로서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사주제도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복지 증진, 기업지배구조 투명화 등 ESG 경영의 일환으로 활용되기 위한 몇 가지 개선방향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로자가 기업의 출연과 근로자의 투자를 병행(협력출연)하는 방식으로 우리사주 취득을 유도해야 한다. 근로자는 기업 내부의 주주로서 경영성과에 기여하는 동시에 투자자로서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출연으로 자사주를 매입하여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방식(미국, 종업원지주제도(ESOP))과, 근로자의 적립금으로 매입한 자사주에 대응하여 회사가 추가적인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영국, 주식인센티브제도(SIP))을 참고할 수 있다. 둘째, 근로자가 기업 상장이나 유상증자 시에 간헐적으로 우리사주를 취득하여 단기 보유하기보다 노사가 사전에 협의한 계획에 따라, 수시·정기적으로 우리사주를 취득하여 장기 보유하는 등 지속성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속성은 우리사주제도가 기업 내부시스템으로 정착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며, 근로복지 증진, 경영성과 향상, 경영 투명성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내는 데 기반이 된다. 셋째, 기업이 우리사주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기업 내 우리사주제도의 활성화 정도를 ESG 평가등급 산정 시에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업은 투자 유치,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ESG 평가등급 향상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우리사주제도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우리사주제도가 활성화되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증진, 기업의 투명성 제고, 경영성과 향상에 이은 주가의 상승이 다시 근로자 주주의 부(富)로 환원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소위 “책임자본주의(responsible capitalism :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면서 사적소유와 시장기회의 추구를 수용하는 경제시스템)”가 설명하는 소수 기업(자본가)으로의 부의 편중, 노동 소득률 감소 및 불평등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상장기업에 대한 ESG 표준에 종업원지주제도(ESOP)를 포함하자는 해외 시각도 확인되는 등 우리사주제도의 취지는 ESG 경영의 기본정신과도 부합한다. 향후 ESG 경영의 관점에서 우리사주제도 활용에 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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