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현 학파' 시조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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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12-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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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강학파·조순학파와 '3대 학파' 꼽혀

  •  홍장표·강신욱 '文정부 싱크탱크' 역할

  • 서울대교수協 회장으로 시국선언 앞장

[사진=대한민국학술원]

한국 경제학계의 한 축으로 꼽히는 학현학파 창시자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25일 "변형윤 명예 이사장께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난 변 교수는 경성중학을 졸업하고 1945년 서울대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변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28세인 1955년부터 1992년까지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변 교수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사회적 실천을 매우 중시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변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1960년 당시 4·19혁명에 참여했으며 4·25 교수단 집회에도 참가했다. 또 1980년에는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 시국선언에 앞장섰다. 특히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다 중앙정보부 남산 분실에서 취조를 받고 해직된 바 있다.

고인은 1982년 본인 아호 '학현'을 따 서울 광화문에 '학현연구실'을 설립했다. '학현학파'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재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명맥을 잇고 있다.

◆'인간 중심 경제학' 강조했던 학현학파

학현학파는 변 교수를 따르는 진보·개혁적 경제학자 모임으로, 서강학파, 조순학파와 더불어 한국 경제학계 3대 학파로 꼽힌다. 변 교수는 그의 대화록 '냉철한 머리, 뜨거운 가슴을 앓다'에서 "우리 연구실(학현연구실)이 지향하는 방향은 '인간 중심의 경제학'"이라며 "주류 경제학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빈곤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연구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학현학파는 효율보다는 형평, 성장보다는 분배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장 일변도인 한국 경제 구조에 소득 재분배라는 진보적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학현학파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태동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비롯해 고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중용됐다.
노무현 정부는 이정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요직에 앉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을 배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 수석을 각각 역임한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사진=KDI]

특히 학현학파는 문재인 정부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학현학파는 현재 한국 경제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로 인해 노동자와 농민 등 국민 다수의 구매력이 약해져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국민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확대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골자다. 

한편 변 교수 분향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변기홍씨와 딸 변기원·변기혜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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