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시진핑 3기'의 9갈래 인맥 …'중국식 현대화' 어떻게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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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입력 2022-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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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중국에서 한 시대가 이제 막 끝났다(An Era Just Ended in China).”
뉴욕 타임스는 지난 10월 26일 미시간 대학의 중국 정치경제학자 위엔 위엔 앙(Yuen yuen ang· 중국어 이름 洪源遠)의 칼럼에 그런 제목을 달아 프런트 페이지(1면)에 소개했다. 이날은 10월 16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23일 오전 제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시진핑(習近平)을 세 번째의 5년 임기 당총서기로 선출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위엔 위엔 앙은 싱가포르 출신 여성 정치경제학자로,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국 정치경제 연구로 박사를 받았다. 앙의 대표 저작은 ‘중국은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났나(How China Escaped Poverty)’, ‘중국의 황금시대(China’s Gilded Age)’ 등이 있다. 시진핑의 당총서기 3연임 성공으로 “중국에서 한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 위엔 위엔 앙 박사의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44년 전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시대를 시작했고, 가난하고 자급자족 경제의 나라 중국을 떠오르는 글로벌 파워의 국가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지난 주 시진핑 주석은 그 시대를 종결시켰다.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도전받지 않을 권위를 가지고 통제와 안전에 대한 집착을 향해 나아갈 것임을 밝혔다. 그의 그런 계획은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다.…”
위엔 위엔 앙 박사의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덩샤오핑이 이끈 중국의 위대한 자본주의 혁명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시진핑이 이끈 첫 10년 동안은 그래도 중도층이나 충성분자가 아닌 관리들에 의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이 있었다. 마오쩌둥이 이끈 중국과 소련은 절대 독재는 중국을 번영하고 강한 나라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오와 소련은 나라를 가난에 빠뜨리고, 안전보장에도 실패했다. 시진핑은 앞으로 몇 년 내에 그런 교훈을 또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잘 구사하는 호주의 전 총리 케빈 러드(Kevin Rudd · 중국어명 陸克文)는 11월 9일 발행된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붉은 중국의 귀환 – 시진핑이 마르크시즘을 되살려냈다(The Return of Red China – Xi Jinping Brings Back Marxism)”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글의 앞머리에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정치에 결정적인 폐쇄 선고를 했으며, 시진핑은 전례 없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에서 시장을 중시하는 관리들을 제거했다”고 단정했다.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시진핑의 이데올로기 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이며, 시진핑은 진정한 마르크스 레닌이즘의 신봉자이다.”

지난 1일 스탠퍼드 대학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e)가 간행하는 온라인 계간 중국연구 전문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에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자 출신의 우궈광(吳國光)의 소논문이 실렸다. 우궈광은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결과 이루어진 중국공산당 리더십의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의 소논문 제목은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지도자들, 새로운 파벌 역학(New Faces of Leaders, New Factional Dynamics)’이었다.

우궈광은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중국공산당에서 “과거의 파벌은 사라지고, 새로운 파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회 기간 중에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대회장에서 강제로 퇴장당한 후진타오(胡錦濤) 전 당총서기를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과, 5일 베이징 시내 서쪽 팔보산(八寶山)에서 화장해서 재로 변한 장쩌민(江澤民) 전 당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상하이방(上海幇)은 해체되고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9개 그룹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우궈광은 중국공산당에 새로 형성된 9개 그룹은 ▷푸젠(福建) 그룹 ▷저장(浙江)그룹 ▷신(新) 상하이(上海)그룹 ▷산시(陝西) 그룹 ▷군산(軍産)그룹 ▷칭화(淸華)그룹 ▷공안(公安)그룹 ▷펑리위안(彭麗媛) 그룹 ▷당교(黨校) 그룹이다. 이 그룹들은 시진핑이 1969년 16세 때 문화혁명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산시(陝西)성 옌안(延安) 부근 농촌으로 지식청년(知靑) 하방의 길을 택하면서부터, 칭화(淸華) 대학을 졸업하고, 허베이(河北)성 지방 당간부로 시작해서 2012년 가을 제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르기까지 43년간 푸젠-저장-상하이를 전전하며 각급 당간부와 행정부 중요 직위를 거치는 동안 자신이 접촉한 인사들을 결집시켜 형성한 광범위한 인맥을 바탕으로 한 그룹들이다(표1 참조).


 

 

 

우궈광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의 과거 파벌들은 이번 시진핑의 3연임 성공과 자연적인 수명의 종결로 사라지게 됐으며, 시진핑 주변의 여러 파벌 그룹들도 아직 분명하게 구분이 지어지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시진핑의 3연임 임기 5년 동안 이들 파벌의 구분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궈광이 분류한 9개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푸젠 그룹 =정치국 상무위원 차이치(蔡奇),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허리펑(何立峰), 정치국원 황쿤밍(黃坤明) 등이 대표적이고 ▷저장 그룹 = 총리 내정 정치국 상무위원 리창(李强), 중앙군사위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 충칭시 당서기 천민얼(陳民爾) 등 ▷신 상하이 그룹 =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내정자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내정자 딩쉐샹(丁薛祥), 정치국 상무위원 리시(李希) 등 ▷산시 그룹 =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내정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여우샤(張又俠), 정치국원, 산시성 당서기 류궈중(劉國中) 등 ▷군산(軍産)복합 그룹 = 정치국원 마싱루이(馬興瑞), 저장성 당서기 위안자쥔(袁家軍), 랴오닝성 당서기 장궈칭(張國淸) 등 ▷칭화대 그룹=상하이시 당서기 천지닝(陳吉寧), 산둥성 당서기 리간제(李干杰) 등 ▷공안 그룹=중앙서기처 서기 천원칭(陳文淸) 등 ▷펑리위안 그룹= 베이징 당서기 인리(尹力)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서기 마싱루이는 특히 시진핑의 부인과 가까워서 발탁됨 ▷당교 그룹= 중앙서기처 서기 스타이펑(石泰峰), 중앙서기처 서기 리수레이(李書磊) 등이라고 한다.

이들 그룹은 당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파벌을 제대로 형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연과 혈연, 학연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 정치의 구조 때문에 앞으로 서서히 파벌의 특성을 나타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총서기도 그런 점이 걱정이 되어 20차 당대회 개막 다음날인 지난 17일 오전 광시(廣西) 당대표들과 토론회에 나가 “전당과 전국의 각 민족 인민들은 당의 깃발 아래 ‘한 덩어리의 단단한 강철(堅硬的鋼鐵)처럼 단결하라”는 당부를 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20차 당대회 개막 당일 정치보고를 통해 자신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두 번째 100년이 시작되는 2049년까지 ‘중국식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분투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진핑이 이번 당대회에서 가장 뚜렷하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는 ‘중국식 현대화’에 대해 “중국식 현대화란 중국공산당이 리드하는 사회주의 현대화”라고 규정하고, 중국식 현대화한 첫째 인구 규모가 거대한 나라가 이루는 현대화이며, 둘째 전체 인민이 공동부유해지는 현대화이고, 셋째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서로 조화로운 현대화, 넷째 사람과 자연이 화해 공생하는 현대화라고 설명했다.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식 현대화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중국공산당이 많은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 당 대회 개막 보고를 통해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 덩샤오핑이 이끄는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의 완비와 개방형 경제 체제의 기본을 형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간단히 언급하기는 했으나 ‘중국식 현대화’란 개념에 가려 제대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번 20차 당 대회로 중국에서 개혁개방의 시대가 끝났다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의 판단이나 시진핑이 중국에 마르크시즘을 되살려냈다는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포린어페어즈 기고가 맞아떨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하면서 7상8하라는 은퇴연령 폐지나 후계자 지정 방식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점이 중국공산당의 앞날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우궈광의 전망은 주목해야 할 듯싶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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