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 "코로나 규제 다 푼다" 日 관광 코로나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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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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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확진자 많지만 '엔저' 특수 노리겠다는 의도

  •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 걸릴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으로 강화했던 입국 규제를 해제한다. 아직까지 코로나 신규확진자가 하루 평균 1만5000~3만명 수준이지만 관광업 활성화를 위해 일본 정부는 결단을 내렸다. 

엔데믹이 거론되고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선은 일본 관광업으로 향한다. 일본 관광시장은 코로나 이전까지 아시아 2위, 세계 7위로 평가받았다. 일본 정부는 엔저 현상과 단풍철로 인한 관광객 증대를 관광 시장을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바람대로 일본 관광업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 "입국 제한 전면 해제한다" 일본 관광업 재개 위한 '시동'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목전에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시행해온 입국 제한을 사실상 전면 해제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임시 국회 정책 연설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것을 시사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총 지출을 연간 5조 엔(약 35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는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엔화 약세의 이점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 현상으로 에너지 수입 단가가 올라 무역손실이 커진 가운데 관광업 활성화를 꺼내 든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관광업 활성화 다짐은 일본 정부의 외국인 입국 규제 해제를 앞두고 나왔다. 지난 9월 2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월 11일부터 개인 여행 허용, 입국자수 상한 철폐, 무비자 입국 제한 철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내 관광 비용을 지원하는 '전국여행할인', 티켓 요금 이벤트 할인 정책도 함께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비자 입국도 재개될 방침이다. 일본 외교부에 따르면 11일부터 한국·홍콩·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호주·미국·영국 등 68개국·지역에서 온 여행객의 무비자 입국도 재개된다. 단기체류의 원칙은 90일을 두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15일 제한을 둔다. 

다만 백신 3회 접종을 증명하거나 음성 판정을 제시해야 한다.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자들에게 "세계보건기구(WHO) 긴급 사용목록에 있는 백신 3차 접종 확인서나 해외 출국 72시간 이내에 실시한 검사에서 음성 판정서 중 하나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편들도 속속 외국인 관광객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항공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ANA 측은 북미 항공편을 오는 30일부터 전염병 이전 수준의 약 9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ANA 홀딩스의 CEO 이노누에 신이치는 지난 30일 "오랫동안 기다려온 규제 완화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해외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항공편을 증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엔저로 인한 관광 특수가 목표"

그동안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제한했던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말에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 안팎을 기록했을 정도로 일본의 코로나 상황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방역 대신 개방을 택한 것은 역대급 엔저를 이용해 관광 산업 시장을 키우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입국 제한 철폐에 앞서 방역 정책부터 바꾸면서 기틀을 잡았다. 기존 감염자 관리에서 위중증 환자 위주 대처로 무게중심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지난 26일 "현재 일본에서는 '위드코로나' 단계에서 노인과 기저질환자에게 의료를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엔저를 지렛대 삼아 관광업을 성장시키려고 한다. 현재 엔화가 유례 없는 평가 절하를 겪고 있는 만큼 해외 관광객의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 달러·엔 환율은 144엔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 9월 말에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145엔이 위로 뚫리기도 했고 이에 일본은행(BOJ)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145엔 돌파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닛케이 아시아는 "정부와 관광산업계는 이를 통해 관광객들이 체류 기간 동안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관광업 활성화는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저 상황에서 관광업 활성화는 일본 엔화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는다는 것이다. 다이와 증권의 토루 스에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바운드 관광(외국인의 일본 국내 관광)을 위한 국경 재개는 엔화의 실질 수요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판단에 계절적 요소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주요 관광 업체들은 여행 상품을 가을 단풍과 연관지어 소개하고는 한다. 외신들도 일본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봄과 단풍을 볼 수 있는 가을을 꼽는다. 

실제로 일본 관광 수요는 장마철인 8월에 급감했다가 10월이 되면서 다시 치고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 유행기 이전인 2019년 기준 외국인의 일본 입국은 △299만명(7월) △252만명(8월) △227만명(9월) △250만명(10월)을 기록했다. 그 전 해인 2018년 기준으로도 외국인 입국 수는 △283만명(7월) △258만명(8월) △216만명(9월) △264만명(10월)의 모습을 보였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관광 수요 증대로 이어지는 10월 입국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 수준 회복에는 시간 걸릴 듯

문제는 일본 관광업이 코로나 이전처럼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일본 관광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 관광객의 여행 수요가 줄어든 점이 관광업 활성화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2019년 일본 내 외국인 방문 중 중국 관광객은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해외여행을 대부분 제한하는 상황이다. 

노무라 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13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높은 상황, 국내 관광객과 해외 입국 관광객의 경쟁, 전 세계 경기 침체 등이 일본 관광업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3년 안에 인바운드 여행자가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할 때 내년 수요는 약 1조6000억엔으로 GDP의 0.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GDP 대비 관광 산업 비중'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GDP 대비 관광업 비중은 7.4% 수준이었던 만큼 회복세가 더딘 것이다.

일본 관광 관련 업종의 일손 부족도 회복을 더디게 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9월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리크루트의 조사를 인용해 외식업과 숙박업의 인력 부족이 심하다고 전했다.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업계로 흘러간 인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고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확대도 예상되는 시점에서 많은 숙박업소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의 한 체인 식당은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목표로 하지만 16%의 점포에서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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