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초비상] 산업부 "전기요금 인상 더는 못미뤄" vs 기재부 "물가 치솟아 현행대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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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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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30일 발표…인상 여부 주목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팽팽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한전)의 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고물가 상황을 언급하며 난색을 보인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30일 오후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여부가 발표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당초 지난 21일에 한전의 4분기 연료 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주로 발표 시점을 연기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 올 4분기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 올리기로 했다. 관건은 분기마다 조정할 수 있는 연료비 조정요금 추가 인상 여부다. 산업부는 직전분기 대비 ±3원, 연간 최대 ±5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 중 상한 기준을 10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기재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30조 한전 적자에도 '물가 정점론'에 머뭇
산업부는 더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크게 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우리나라 에너지 요금 원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14조원의 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 총 30조원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다. 이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만나 "한전의 적자가 올해 30조원을 넘기게 되면 더이상 전력구매대금(SMP) 지불이 어려워지고, 이는 국민들한테 전기를 공급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때 적용하는 SMP는 최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107.76원을 돌파한 SMP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8월에는 197.74원까지 뛰었다.  

이 장관은 "정부가 기업에 전기 요금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 상계관세 같은 통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미국이 최근 한전에 대해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움직임도 있다"며 "물가 당국과 협의해서 적정 수준에서 시장에 가격 정상화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기요금 인상에 힘을 보탰다. 한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은) 훨씬 더 올라야 한다"며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걸로 안다"면서 "가격을 낮추면 에너지 안 써도 되는 사람이 더 쓰게 되는 데 비싸지면 꼭 필요한 사람 쓴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국민에게 대단히 중요하지만, 우리 에너지 전력 차원이나 안전성, 안보 등 이런 것을 위해서 우리가 불가피하게 에너지 가격을 올린다는 건 사실은 고통스러운 것을 견디는 정책"이라며 "그런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재부는 치솟는 물가를 이유로 추가 인상에 난색이다. 더욱이 '10월 물가 정점론'을 내세우는 기재부 입장에서 산업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부 요구대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에 합의할 경우 말로만 물가 안정을 외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기재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조금만 올리자며 맞서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유가와 재무 건전성, 이 부분에 관해서만 중점을 두고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고물가 상황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물가에 추가압력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한전 적자가 심한 건 사실이고, (요금 인상과 별개로) 한전의 자구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으로 한전 적자를 조금 보전해줄 테니 조금만 버텨달라는 식으로 갔어야 했는데, 정부는 한전이 공공부문의 가장 큰 적인 것처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 기재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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