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경제부흥 위해 산업은행 부산이전?…논란만 더 키운 수장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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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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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분 없는 지방 이전 반대" 거리 나선 산은 직원들···전 정부서도 백지화

  • 국책은행 목표가 부산·울산·경남 부흥?…"지방은행이냐, 황당" 반응도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강석훈 산은 회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 회장은 최근 공개된 산은 부산 이전 로드맵에 대해 '몰랐다'면서도 "(부산 이전은)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바꿀 수 없다"면서 사실상의 매듭짓기에 나섰다. 여기에 산은의 부산 이전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특정지역의 부흥을 위해서라고 언급해 국책은행 수장이 아닌 '지방은행장이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명분 없는 지방 이전 안될 말" 산은·기은 직원들 반발···과거 정부서도 백지화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진행된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총파업에서 산업은행 직원 중 약 1600명(노조원의 76.2% 상당)이 파업에 동참했다. 또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노조원의 48%에 달하는 4600명 상당이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섰다. 이날 시중은행의 총파업 참여율이 1% 안팎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책은행 직원들의 참여는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금융노조가 오는 30일로 예고한 2차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국책은행 직원들이 이번 총파업에 적극 동참한 배경에는 최근 정부가 강도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산은의 부산 이전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인수위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부산신항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무역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산은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국회의원 출신인 강석훈 산은 회장 역시 "국가 최고 책임자가 정한 것을 뒤집을 수는 없다"며 대통령 발언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산은 부산 이전 타당성에 대한 의문부터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산은 수장인 이동걸 전 회장은 퇴임 시까지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책기관으로, 국가 경제정책의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산은의 지방 이전은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과거에도 정부가 무책임하게 산은을 분할했다 합친 과정에서 산은의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산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이슈는 십수년 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매년 선거철을 전후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표심 잡기의 일환으로 대형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나 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도 일부 지역 의원들이나 지자체들이 탐내는 주요 공공기관에 산은, 기은,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고 심지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 공약 또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무산된 전력이 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산은 등을 포함한 100여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했으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당시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이 대표는 “밀어붙일 계획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보다 앞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산은 등 국책은행들은 업무 특성을 고려해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 국책은행 목표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부흥?…"지방은행이냐, 황당" 반응도

현재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을 막는 가장 큰 문턱은 바로 명문화된 법이다. 실제 산은과 기은 등의 경우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한다는 규정이 관련법 상에 명시돼 있다. 결국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법 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산은 본점 직원들을 인사발령을 통해 해당 지역으로 내려보내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둘러싼 비판여론 속 정부가 꼼수로 지방 이전을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점 부산 이전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정책 추진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강 회장은 취임 당시 부산 이전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움직임이 빚어지자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전달하겠다며 '내부 달래기'에 나섰으나 '산은 부산 이전 로드맵'이 공개되면서 이같은 약속은 무색해졌다. 해당 로드맵에는 이전 대상 인력, 부지 확정 및 사옥 신축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으나 해당 문건 작성 과정에서 산은 내부 협의나 조율 등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밀실 추진' 논란으로 번졌다. 

강 회장의 이번 간담회에서의 발언 역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산은의 부산 이전이 '부·울·경'의 경제 부흥을 위해 필요하다며 해당 지역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것. 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수도권 지역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과거 경제의 첨병이었던 부울경은 뒤쳐지는 모습"이라며 "산은의 본점 이전은 수도권과 부울경 두 축의 균형있는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국 각지에 위치한 기업 지원과 산업 생태계 육성에 나서야 할 산업은행 수장이 특정 지역 부흥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이 이미 존재함에도 산은이 부·울·경에 방점을 두고 지원에 나설 경우 결국 산은과 지방은행의 경쟁 구도로 이어져 지방은행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한 산은 직원은 "단순히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옮긴다고 해서 부산의 해양산업, 첨단산업, 금융산업이 더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금융중심지로 실질적인 금융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을 떠난 산은의 시장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렵게 돼 전국 기업에 공급하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금융지원 감소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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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부울경 지원 강화는 충청전라강원 역차별 아닌가?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 부산 가더라도 타지역 금융지원에는 문제가 없다. -> 기자 : 그러면 서울에서 부울경 지원하는 것도 문제없지 않은가? -> 강 회장 : ... /// 서초경제박사, 국책은행 CEO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논리도 없이 자기모순되는 말만 하고 있으니..여기 공산국가인가요???ㅎㅎㅎ 타당한 근거도 없이 부울경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 본점을 위법하게 졸속 이전 추진...?ㅋㅋ '법치주의'와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시는 대통령님께서 까라면 까야 하나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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