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경표 "웃고 싶어 '육사오' 선택…미워 보이지 않으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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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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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사오'에서 '천우' 역을 연기한 배우 고경표 [사진=싸이더스]

바야흐로 고경표의 시대다. 그는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부터 올해 개봉작인 '헤어질 결심' '육사오' '서울대작전'까지 연이어 히트를 치며 물오른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는 주연 배우로서 고경표의 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버린 57억원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육사오'에서 주인공 '천우' 역을 연기한 그는 더욱 깊고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시사회 끝나고 걱정이 많았어요. 웃음을 드려야 하는데 안 웃으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다행히 관객분들이 크게 웃어주시고, 박수도 쳐주셔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영화 '육사오'는 가을 극장가의 복병으로 떠오른 작품이다. 지난달 24일 개봉해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4일 만에 흥행 수익(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7일 연속 정상을 지켰다. '헌트' '한산: 용의 출현' 등 쟁쟁한 작품을 제치고 흥행 수익 1위를 거머쥐며 지난 3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반응이 엄청나게 좋아요. '육사오'와 '천우' 덕에 관객들의 반응도 따스해요. 관객분들께 호감의 이미지로 다가가나 봐요. 관객분들의 반응이 저를 설레게 해요."

지난 2020년 1월 전역한 후 쉬지 않고 작품 활동 중인 그는 "웃고 싶은 마음으로 코미디 영화 '육사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선택했을 시기, '웃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즐겁게 촬영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필요했어요."
 

영화 '육사오'에서 '천우' 역을 연기한 배우 고경표 [사진=싸이더스]

1등에 당첨된 로또가 북으로 날아가 버렸다는 상상력에 57억원의 당첨금을 얻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고경표에게 깊은 잔상을 남겼다.

"기발한 상상력에 예쁜 상상력이 가미되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대에게는 '남북 화합'의 염원이 너무 멀게 느껴질 거예요. 우리 영화를 보고 남북 화합이라는 거대한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함께 역경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느껴보았으면 해요. 그런 걸 따뜻하게 잘 그려낸 거 같고요."

1등에 당첨된 로또를 줍게 된 말년 병장 '천우'는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고경표는 '천우'를 "미워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천우'는 딱 그 나이대 아이들처럼 순진하고 천진난만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살도 찌워서 순박해 보이는 이미지를 강조했죠. 영화 초반에 해맑은 '천우'의 모습이 잘 드러나야 영화 중후반에 드러나는 절박함과 공포심이 진정성 있게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촬영 중반에 이르러서야 '천우' 캐릭터에 대한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순박하고 해맑은 '천우'를 그려내기 위해 8~9㎏가량 증량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천우'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난 데 없이 둥글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감독님과도 상의해보았고 제가 생각한 '천우' 이미지에 맞게 포동포동 살을 찌워봤죠."
 

영화 '육사오'에서 '천우' 역을 연기한 배우 고경표 [사진=싸이더스]

과거 뇌수막염을 앓은 뒤 부쩍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는 그는 "10㎏쯤은 풍선처럼 찌고, 빠진다"며 남다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치료 당시 약물 때문에 10㎏이 늘었어요. 약을 끊으니 바로 빠지긴 했는데 몸이 풍선처럼 늘어나 버려서 예전보다 살이 더 잘 찌는 거예요. 10㎏은 금방 쪘다, 빠졌다 해요. (살찌는 체질이) 고민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캐릭터를 표현할 방법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육사오'에서 살을 찌워서 순박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다면, 드라마 '월수금화목토'는 체중을 감량해 샤프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것처럼요."

체중 증량 외에도 '천우'의 순박함을 표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가 있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며 '천우' 역시 가까운 친구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제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왜 귀여울까 고민해보았더니, 웃을 때 아주 천진난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얼굴을 마구 일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데 그 모습이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지점들을 '천우'에게 입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웃음소리도 숨넘어가듯이 웃으니까 일반적이지 않으면서 독특해 보이기도 했고요."

2020년 1월 제대한 고경표는 말년 병장 '천우'를 연기하며 실제 자기 모습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천우'의 모습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했다.

"영화 초반 군대 내에서 보이는 '천우'의 모습은 거의 저의 모습을 담아낸 거나 다름없어요. 특히 병장이 되면 '몸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20대 초반인 데다가 한창 까불거릴 때라 듣지도 않고 위험천만하게 놀곤 해요. 극 중에서도 '몸조심하라'고 말하자마자 침상으로 다이빙하는데 제대를 앞두고 들떠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아이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던 거예요. 실제 제 모습이기도 했고요. 하하하."
 

영화 '육사오'에서 '천우' 역을 연기한 배우 고경표 [사진=싸이더스]

고경표는 군 제대 후 스스로 큰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저는 군대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즐겁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추억을 쌓았어요. '군뱅'(인기 그룹 빅뱅을 패러디한 그룹명으로 고경표와 배우 주원, 래퍼 빈지노, 빅뱅 태양·대성으로 구성된 파견 형태의 공연팀이다)도 그중 하나고요. 주변에도 '군대 경험이 나쁘지 않다'고 퍼트리고 다녀요. 하하하. 인간적으로도 많은 걸 배웠고 일할 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고경표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게 참 재밌더라고요. (캐릭터의) 내적, 외적인 면들을 만들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참 즐거웠고요. 지금까지는 순조로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여러분과 만나게 될 영화, 드라마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분들께 신뢰를 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신뢰가 쌓일 수 있으면 좋겠고요."
 

영화 '육사오'에서 '천우' 역을 연기한 배우 고경표 [사진=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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