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투자 혹한기에 삭감된 모태펀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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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2-09-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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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벤처·스타트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업계에 ‘모태펀드 예산 삭감’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5200억원보다 39.7% 쪼그라든 수치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70% 이상 급감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VC)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다.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출자해주고, VC는 이를 토대로 나머지 출자자들을 모아 벤처 펀드를 결성해 스타트업 투자 자금으로 활용한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모태펀드는 기존에 조성된 펀드의 여유분을 활용할 수 있고 2020년 이전 모태펀드 본예산 규모와 비교하면 오히려 증액됐다”며 “큰 무리 없이 벤처 지원을 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8월 25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벤처썸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모태펀드 예산을 더 늘려야 할 판에 왜 줄이려고 하나”라며 “세계경제가 얼어붙으면서 투자도 얼어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VC 대표들은 지난달 초 벤처투자업계 간담회를 열고 이영 중기부 장관에게 모태펀드를 최소한 올해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은 1조8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투자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원자잿값·기준금리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투자 열풍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부진 여파가 스타트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투자 혹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태펀드 예산이 줄면 이와 매칭되는 민간 출자금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스타트업은 고용 창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벤처기업·스타트업 3만4362개사의 고용은 76만108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69만3477명보다 9.7%(6만7605명) 늘어난 규모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 3.3%에 견줘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40.5%로, 전체 기업 대비 12배 이상 높았다. 벤처·스타트업 고용 중 만 15세 이상~만 29세 이하 청년 고용은 약 26.9%인 20만4437명으로 전년 대비 1만5136명 증가했다.
 
여러 스타트업들은 적자인 상황에서 투자금을 인건비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가 줄어든다면 인건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업 인건비가 감소하면 고용 규모도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스타트업계에 모태펀드 확대는 절실하다. 모태펀드 확대를 통해 벤처·스타트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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