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분쟁 마침표] '4조6000억' 먹튀 논란에 경제·금융 관료들 책임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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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8-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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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스타는 산업자본인데"...2003년 예외승인이 악연 '첫 단추'

  • "론스타 자금 없었으면 외환은행 부도 못막았다" 주장도

 

지난 2006년 9월 4일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노조원들의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악연은 19년 전인 2003년 8월에 시작됐다.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외환은행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시달렸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아 외자 유치를 추진해야만 했다.
 
당초 외환은행에 자금을 투입한 건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였다. 그러나 2003년에 카드대란과 현대그룹 부실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자회사였던 외환카드도 경영난에 시달렸다. 외환은행 2대 주주였던 코메르츠방크가 증자를 포기하자 론스타가 등장했다. 당시 론스타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은행법상 외국계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었다. 론스타는 일본 골프장 사업 등으로 비금융자산이 2조850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2003년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8% 밑으로 떨어져 부실이 우려되자, 은행법 시행령상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결정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의 첫 단추로 본다.

 

론스타 로고[사진=연합뉴스 ]


2005년 시민단체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은행법을 확대해석하고, 산업자본 요건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두고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다. 론스타는 그 사이에 점포, 직원 수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과 고배당을 실시해 이익을 올렸고, 2006년에 외환은행 매각에 나선다. 론스타는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대(지분 51%)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졌다. HSBC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결국 계약을 철회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에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을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그동안의 배당이익까지 합치면 론스타는 총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론스타는 2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지만, HSBC에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놓쳤다며 같은 해 11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한국 정부가 배상금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2011년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협상할 때 승인 등의 업무를 맡은 금융당국 고위직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금융위 부위원장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무처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고 판단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자본확충을 하지 않았더라면 외환카드와 외환은행 모두 부도처리 됐을 가능성이 커 고육지책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론스타만이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의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는데, 그는 과거에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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