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사위 던진 금감원, 금융권 내부통제 실효성 확보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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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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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정책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전 우리은행장)과 진행 중인 파생결합펀드(DLF) 문책경고 취소청구 소송과 관련해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는 ‘상고’를 결정했다. 비록 1심과 2심에서 연거푸 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더 다퉈볼 만하다는 것이 감독당국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의 금감원 중징계에 대한 최종 판단 도출은 장기화 국면을 맞게 됐다.

감독당국이 상고를 발표한 바로 그날 이복현 금감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을 향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은행들이 단기이익을 위해 씨감자까지 삶아먹는 지경”이라고 질타하며 “DLF 이후 그렇게 반성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 금융기관들이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동조화하는 건 여전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으로서 금융권의 수익중심 경영방침과 내부통제에 대한 무관심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권과의 법적공방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적극적인 여론 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이번 상고에 앞서 다소 이례적으로 소송의 당위성과 배경, 향후 진행방향 설명을 위한 자리를 만든 점 역시 생소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현행법상 내부통제 소홀을 이유로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내 두 금융지주사 수장이 감독당국의 중징계 결정에 맞서 나란히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유사한 쟁점의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재판부가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등 의무에 대한 해석과 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이 상고의 직접적인 목적으로 꺼내든 '법적 불확실성 해소' 역시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게 느껴진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원장도 향후 진행될 재판과 관련해 “저도 재판을 해봤다면 해본 입장”이라며 금감원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원장은 “1심에서는 감독규정 별표는 법이 아니니까 안 지켜도 된다고 결론을 내린 거고, 2심에서는 감독규정 별표는 법규니까 지켜야 한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이는 유의미하고 중요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법률가 입장에서) 고등법원 판례는 수긍이 안 간다”며 "다시 상고해 똑같은 내용으로 확정되더라도 규범력 마련이라는 취지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과 은행권 간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됐고 또한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1, 2심에서 패소한 감독당국이 승소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또다시 금감원이 패소할 경우, 감독당국으로의 위신이 떨어지고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점, 향후 금감원의 제재 때마다 이번 소송 건과 같이 일선 금융회사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또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주사위를 던졌다. 승소할 경우에는 제재 확정을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세울 수 있고, 패소한다 하더라도 제재 원칙에 대한 감독당국의 입장 재정립과 더불어 해당 결과를 토대로 어느 부분이 금융권 내부통제를 현실적으로 미흡하게 만드는지, 또 규정과 입법 차원에서 보완할 내용은 없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번 소송이 단순히 기관의 위신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은행 혹은 전 금융권의 내부통제 확립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도 실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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