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문화재청 패색 짙어진 '왕릉뷰 아파트'...9월 '3400가구' 입주 완료 후엔 되돌리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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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7-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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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장릉에서 바라본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원이 경기 김포 장릉의 '왕릉뷰 아파트'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철거를 추진하던 문화재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오는 9월 3400가구에 달하는 3개 단지의 입주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3개 건설사 모두 승소...'조망 훼손' 주장 사실상 패배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 집행정지 신청에 이어 공사 중지 명령 취소 소송에서도 건설사가 승소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8일 대방건설, 대광이엔씨(시공사 대광건영), 제이에스글로벌(시공사 금성백조)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를 상대로 낸 공사 중지 명령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을 바라보고 지어진 검단신도시의 아파트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시공사(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대방건설) 3곳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20m 이상의 건축물을 건설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 아파트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명령 대상은 약 3400가구 규모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화재청 주장을 뒤엎고 이들 아파트 단지가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토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고, 김포 장릉의 외곽경계로부터 200m 바깥에 위치하므로 원칙적으로 조례 조항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문화재청이 주장했던 장릉의 원거리 산 조망 훼손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역사문화지역 내 건축기준 허용 지침에 따르더라도 능이나 원에 있어서는 관상이 있는지가 중요할 뿐 원거리 산 조망은 중요시하고 있지 않다"며 "공릉·선릉·정릉 등이 건물로 가려져 있음이 확인되고 장릉 역시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지 않은 것은 세계유산 등록 당시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판결은 이어 "피고가 제안한 방안대로 원고들이 지은 아파트 상단을 철거해도 바깥쪽 고층 아파트로 여전히 산이 가려지므로 조망이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철거로 인한 이익이 사실상 없다고도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포 장릉은 조선 인조의 아버지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들 아파트는 2019년 착공해 올해 5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며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2021년 5월 이들 단지가 건축물 개별 심의를 받지 않은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조치를 취했으며, 일각에서는 아파트 건설로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취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단 남았지만, 3400가구 입주 완료 후엔 '무용지물'

그간 법정 공방에서는 3곳의 건설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문화재청의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앞서 사법부는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1심에서 대방건설이 집행정지 신청만 인용하고, 나머지 2건은 기각했다. 이에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은 1심 결정에 즉시 항고했고,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나머지 2곳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모두 공사가 재개됐다. 이후 지난 5월 말 공사가 완료된 곳부터 차례대로 입주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대방건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의 별도 행정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1심 선고는 오는 8월 19일 열린다. 문화재청 역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재항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미 이들 아파트의 입주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아파트 '일부 철거'를 목표했던 문화재청의 조치는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월 말부터 건설사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지은 아파트 단지 두 곳은 입주가 진행 중이며, 오는 9월에는 대방건설이 시공한 단지도 입주를 시작한다. 이들 단지가 모두 입주하면 3400가구가 넘는 대규모의 단지가 되기에, 실제 일부 철거를 진행할 경우 입주민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입주예정자들 사이에는 문화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으로 단지에 부정적 이미지가 입혀져 입주예정자들의 재산 가치가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위 유지를 위해 '세계유산영향평가(HIA)'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의 등재보다 보존·관리를 중요하게 평가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 도입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별 세계유산이 지닌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잠재적 개발에 의해 받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왕릉의 경우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과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영 및 기록문화 등을 근거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현재 문화재청은 이를 위해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상태다. 또한 이와 별개로 '문화재 영향평가'도 도입해 향후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문화재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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