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의 역설] 꺼지는 거품…의왕·광명 등 경기권 집값 '하락 급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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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7-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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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세권 프리미엄' 상실…부동산 시장 냉각기 접어 들어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2022 철도의 날 기념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호재로 단기간 집값이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경기 안양과 의왕, 광명, 동탄 등 경기도 지역의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거래절벽 현상이 생기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GTX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각광을 받던 인근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억’ 단위로 떨어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이후 절세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 위축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용면적 84㎡ 매매가 1년새 최대 4억원 ‘급락’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안양 ‘푸른마을 인덕원 대우’의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12억4000만원(16층)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지난달 8억6000만원(18층)으로 떨어졌다 10개월 사이에 4억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GTX-C노선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인덕원역이 도보 10~15분 거리에 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전용 84㎡가 8억~9억원 선에 거래됐으나 GTX-C 노선 정차역에 인덕원역을 포함시킨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자 곧바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인덕원역 근처 아파트 중 가장 신축인 경기 의왕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역시 지난해 6월 전용 84㎡ 기준 16억3000만원(25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으나, 지난 5월 12억8300만원(28층)까지 내려앉았다.
 
다른 GTX 수혜 예상 지역들도 비슷한 추세다.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개통 예정인 GTX-A노선(동탄~운정)이 지나는 지역 아파트들은 2년 전부터 급등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동탄역 시범우남 퍼스트빌’은 전용 84㎡가 2020년 6월 10억원(15층)에서 지난해 7월 14억4000만원(11층)까지 거래됐다가 지난달엔 11억원(20층)에 팔렸다.
 
전용 84㎡가 2020년 7월 6억원대에 거래됐던 ‘운정 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역시 지난해 10월 9억4000만원(13층)까지 급등했지만, 지난 5일에는 7억원(5층)으로 떨어졌다.
 
‘과천 래미안슈르’ 전용 84㎡가 지난 5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최고가 거래 18억3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하락했다.
 
김포의 경우에도 지난 5월 들어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지난달 27일 기준 전주 대비 0.07% 하락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안양 동안구(-0.08%), 과천(-0.02%) 등도 가격이 내려갔다.
 
김포 장기동의 ‘e편한세상 캐널시티’ 전용 84㎡가 직전 최고가였던 지난해 9월 8억4700만원에서 지난 5월 7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쌓이는 매물에도 매수세 위축…조정 국면 장기화 조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시행한 이후 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312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행된 5월 10일(5만6568개) 대비 약 12% 증가했다. 지난 3월 9일 대선일(5만131건)과 비교해도 26% 늘었다.
 
반면 거래량은 계속 줄고 있다.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기준)는 79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5159건)의 30% 수준에 그쳤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5월까지 1만건에 못 미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도 15만5987건으로 역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었다.
 
대신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은 늘었다. 지난달 매매된 서울 아파트 1230건 중 500건(40.7%)의 계약 금액이 6억원 이하였다. 작년 5월에는 31.9%였던 수치가 10%포인트 정도 증가한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GTX 주요 수혜 지역의 집값이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급등했다”면서 “집값 상승 피로감과 맞물려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시장이 둔화하면서 당분간 급매물 위주로 조정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전한 기대감도…“경기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 서울 거주자가 매수”
 
거래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경기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는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역설적으로 GTX 등 교통망 확충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올해 1∼4월 경기에서 팔린 아파트 2만2675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의 매입량은 4178건(18.4%)으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매년 1∼4월을 기준으로 2020년 13.7%, 지난해 17.9% 등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비중은 2008년(19.6%)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에는 일명 '버블 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서울 거주자의 경기 아파트 매입 비중이 치솟기도 했다.
 
서울 집값이 높아지자 경기 아파트를 사들인 실수요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기 분당 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에서 올해 1∼4월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은 19.4%로 2010년(23.3%) 이후 최고치였다.
 
인천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 사람은 올해 1∼4월 거래된 인천의 아파트 4766가구 가운데 631가구(13.2%)를 매입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1∼4월 기준 서울 거주자의 인천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07년(11.7%)을 제외하고 매년 10%를 밑돌았다.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세도 여전해 올해 1∼4월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원정 매입 비중은 22.1%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보다 높아졌다. 2020년(23.9%)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이 당분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 거래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있던 건 맞다”면서도 “정해진 기한 내 결국 GTX가 개통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하락세의 끝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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