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4년째 '두부론'에 갇힌 한전...요금제 새판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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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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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

2018년 7월 김종갑 전 한국전력사장이 ‘두부 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렸다. 발전 연료비인 국제 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아 한전이 겪는 어려움을 두부와 콩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이는 4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논리다. 지난달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2020년 대비 156% 올랐다. 같은 기간 유연탄은 뉴캐슬탄 기준 622% 폭등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동북아 현물가격(JKM) 기준 398% 급등했다. LNG는 한전이 각 발전사들에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 기준으로 가장 많이 선정되는 연료다. LNG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SMP가 한때 20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유가 변동성에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그동안 연료비 조정단가는 6차례 조정 과정에서 동결 4번, 인상 1번, 인하 1번을 겪으며 제자리걸음만 했고, 올해 4월에서야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각각 ㎾h당 4.9원, 2원씩 올랐다.

전력업계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전 주요 수입원은 전기요금, 지출은 SMP다. 발전사와 국민 사이에서 중간 상인 역할을 맡은 한전이 비싸게 전기를 사들여 저렴하게 파는 현행 체계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치솟는 SMP 앞에 요지부동인 전기요금을 두고 지난해 5조8600억원이라는 역대급 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에도 적자가 2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원자재가 오른 만큼 상품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한전이 공기업인 만큼 공익 실현을 위한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전 역시 보유 부동산 자산, 자회사 지분 등을 처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한전 매출 중 전기 판매 비중은 95.7%에 달한다. 근본적으로 수입원인 전기요금 체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한전의 자구책도 무의미하다.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를 두고 물가 안정과 고심 중이다.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 오는 27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전기요금에 ‘원가주의’ 도입 의지를 드러냈으며 물가 당국 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를 표했다.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해외처럼 세금 감면, 바우처 지급 방안 등도 제시된다. 한전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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