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시계 제로 경제 …기업 '5대 혁신'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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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2-06-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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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이다. 세계 경제 환경, 기술, 세대·사람, 자본주의·정부 정책, 경영철학·기조 등 총체적 대변화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등 문명사적 변화가 만들고 있는 초변화에 초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패권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촉발한 신냉전 시대 돌입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과 코로나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이 겹친 초변화·초불확실성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휘감고 있지만 인류가 과거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이 녹록지 않아 각국은 그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이율배반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경제 정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디지털·그린·인류 문명 대전환에 대한 국가적 대응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현 위기 상황이 종식된 이후에 찾아올 경제 회복 내지 대반등 시기의 성패는 이 3대 대전환에 대한 대응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인공지능(AI),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기술 혁명에 따른 디지털 대전환은 모든 기업은 물론 국가 전반에 걸쳐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전망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 기후 위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범세계적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그린 대전환은 기업과 국가 전체에 에너지·환경 측면의 혁명적 변화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인류 문명 대전환은 전자상거래, 원격 근무, 원격 교육, 원격 의료 등 온라인 비대면 경제 확산과 함께 디지털 대전환의 가속, 위기 대응과 회복력 기반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작금의 초변화 시대에 디지털·그린·인류 문명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대대적 혁신이 시급하다. 단기적으로는 신(新)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대응하고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 단기적 생존 전략이 중요하나 여기에 매몰되면 다가오는 큰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우리 기업은 단기 생존 전략과 동시에 3대 대전환에 대응하는 중장기 발전 전략에도 매진해야 하고, 정부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3대 대전환에 대응하는 기업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첫 번째 방향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을 경영하는 핵심 모델로서 대상 고객의 니즈와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생산·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고객, 제품·서비스, 운영 모델, 수익 모델 등 네 가지 요소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인 연결과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를 통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했으나 이제는 IoT, AI, 5G 통신 등 디지털 대전환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과 실시간 연결을 통한 고객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지고 고객 개개인의 니즈와 취향 파악이 용이해지고 있다. 과거 방식이 불특정 다수 고객에 대한 ‘기관총’식 ‘대량 살포·난사’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고객 개개인에 대한 정밀 ‘라이플’식 ‘취향 저격’ 방식이 가능해진다. 고객 개개인을 만족시키는 개인화와 맞춤화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한 기업이 종래 대량생산·소비 모델을 가진 기업을 이기고 시장의 지배자로 등극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고객과 제품·서비스 측면의 혁신만이 아니라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는 운영 모델도 디지털 대전환을 통하여 시장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기술을 통하여 사전에 제품 개발·생산·판매를 최적화하여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고, 온라인 플랫폼화도 가능해진다.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 모델도 구독 모델, 사용 기반 지불 모델 등 제품과 서비스 융합을 통한 수익 다양화아 확대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ESG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한 혁신 방향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신(新)경제가 가능하도록 법·제도 등 규제 혁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금융 혁신, 데이터·통신 인프라 구축 등 정부가 주도해야 가능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 미국은 GAFAM이라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며 세계 데이터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유럽연합(EU)은 제조, 헬스케어, 에너지, 공공, 금융 등 주요 분야의 유럽 데이터 생태계를 육성하여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세계 데이터 경제를 주도하려는 목적으로 민관 협력의 가이아엑스(Gaia-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리도 EU와 같은 상황으로 세계 경제 패권이 걸린 데이터 경제 육성에 대대적인 민관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두 번째 방향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연계된 기업 시스템 혁신이다. 우리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제조 혁신도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혁신된 새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제조 시스템으로 스마트공장이 구축되어야 한다. 세 번째 방향은 기술 혁신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 시스템 혁신이 모두 기술 기반이어서 디지털·그린 대전환 관련 기술 등에 대한 개방적 혁신과 협력 기반의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네 번째 방향은 사람 혁신이다. 3대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지막으로 시장 혁신이다. 작금의 탈중국화 추세는 우리에게 글로벌화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점증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여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글로벌 동반성장 모델도 효과적인 글로벌화 전략이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시장 판도는 전환기에 바뀐다. 우리 기업이 이상과 같은 5대 혁신으로 3대 대전환 시대의 승자가 되길 기대한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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