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국가 경쟁력 살릴 '실사구시' 탄소중립 정책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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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2-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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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전 세계가 초변화·대전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경제 환경, 기술, 세대·사람, 정부 정책 기조, 경영철학, 코로나 팬데믹 등 총체적 초변화 속에 3대 대전환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대전환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인공지능(AI),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혁신이 산업, 기업은 물론 개인 생활에까지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둘째는 당면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중심의 그린 대전환이다. 그린 대전환 역시 산업, 기업, 개인은 물론 국가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줄 에너지·환경 측면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는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인류문명 대전환이다. 인류문명 대전환은 디지털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 비대면 경제를 확산시키며 전자상거래, 원격 근무, 원격 교육, 원격 의료 등 인류 생활 방식 전반에 걸쳐 획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3대 대전환 모두 민간은 물론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특히 그린 대전환에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린 대전환은 국가 에너지와 환경 정책 및 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기업만의 독자적 대응에 한계가 있고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린 대전환을 통해 탄소중립을 구현함으로써 기후 위기에서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즉, 탄소중립 정책은 국가적 과제이자 인류 공동의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탄소중립 정책의 목표는 지구 온난화를 중심으로 한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여 없애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만큼 흡수·제거하여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탄소중립은 넷제로(Net Zero)라고도 불린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마지노선인 산업화 이전(1850~1900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EU,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하였고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제56차 총회에서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IPCC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는 각국이 2030년까지 감축 목표로 제시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 분석하고 이전 전망보다 감축 목표를 상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환경 기술 투자 확대는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투자 확산, 자국 내 탄소세, 국가 간 탄소국경세, 기업의 자발적 탄소 저감 전략인 사내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탄소중립을 새로운 규범이자 시대정신으로 인식하는 국가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탄소중립 정책은 이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모든 국가, 모든 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필수적 규범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국가 전체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이자 감시자가 될 국민의 정확한 인식과 평가가 올바른 탄소중립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둘째로, 탄소중립만을 궁극적 단일 목표로 보지 않고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다 인류 생존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으나, 환경보호를 추구하다 경제를 망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올바른 목표 설정이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 요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중립위원회 등 탄소중립 정책을 다루는 기관이 환경계 인사 중심의 편중된 구성이 아니라 산업계·과학기술계 인사 등 투트랙 전략이 가능한 균형 잡힌 인적 구성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환경부 중심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가 균형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조직적 가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로, 탄소중립은 아이디어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에너지·환경 기술, 에너지 저감 기술, 순환경제, 수소경제 등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직시하여 정부와 민간의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얻은 기술 혁신으로 우리나라 탄소중립도 실현하고 수출을 통한 신성장동력도 만들어 투트랙 전략에 기여할 수 있다.
 
넷째로, 탄소중립 정책은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중장기 계획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2050년 목표이다 보니 정부도 기업도 당면 과제로 인식하지 않고 소위 ‘수건돌리기’식 미루기가 생기기 쉽다. 데이터와 과학기술 기반으로 촘촘한 단기 및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함께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 정책을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로, 탄소중립 정책 수립 시 높은 제조업 비중 등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살펴보면 제조 분야가 36%로 세계 평균인 31%보다 높고, 제조 분야와 연관이 깊은 발전 분야가 37%로 세계 평균인 27%보다 월등 높다. 즉,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인 제조업을 무너뜨리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 전력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자는 RE100은 속히 원전을 포함한 CF100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도 원전을 친환경 녹색 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포함하고 있고 구글 등 미국 기업도 원전을 포함하는 CF100을 지지하는 등 RE100에 대한 수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이 2050년이 아닌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도 현실을 감안한 실용적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대안은 아니나 향후 탄소중립 정책 고도화에 참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강점·약점과 기회·위협 요인을 감안한 실사구시의 올바른 탄소중립 정책이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한다. 윤석열 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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