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베트남은 국제 영화계에서 ‘아시아의 새로운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열린 제78회 칸영화제에서 베트남은 ‘국제 제작사들이 주목해야 할 차세대 로케이션’으로 소개됐다. 한국 영화계는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다수의 제작 거점을 개척해 온 만큼, 이 흐름에 발맞춰 베트남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응우옌쭝카인 베트남 국가관광국장은 “베트남은 성장하는 영화 시장일 뿐만 아니라 제작 현장으로서의 매력과 경쟁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자연자원, 독창적인 문화, 그리고 안정적인 사회 환경이 외국 제작사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북부 고산지대의 이국적인 풍광부터 열대 정글과 해안 지대, 고도(古都)와 전통시장, 현대적인 도시까지 한 국가 안에서 폭넓은 로케이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베트남에서의 촬영을 잘 활용한 대표 사례로는 할리우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가 꼽힌다. 닌빈, 꽝닌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한 이 영화는 개봉 이후 현지 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었다. 관광업계는 영화가 지역의 자연을 글로벌 관객에게 각인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점차 향상되는 인프라와 정부 지원이다. 카인 국장은 “베트남은 도로·교통망 개선은 물론, 촬영 허가와 안전관리, 세금 감면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외국 제작사들이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트남은 올해부터 약 1조 동(약 525억원)을 투입해 호찌민시에 100헥타르 규모의 국가급 영화 스튜디오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민관 합작 형태로 진행되는 이 스튜디오는 해외 제작사와 공동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베트남이 아시아 영화 허브로 거듭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도꾸옥비엣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은 “단기 로케이션 제공을 넘어 장기적 시각에서 베트남 자체에 국제 수준의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개묘> 같은 베트남-한국 합작 영화들도 베트남 현지의 풍광과 전통문화를 촬영 무대로 적극 활용하면서 현지 로케이션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모홍진 감독은 “베트남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물론 과제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세계적 촬영지로 자리 잡으려면 스튜디오 인프라와 인력의 전문성, 촬영 허가 체계 등에서 글로벌 표준에 맞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제작사들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으려면 세제 혜택과 안전 보장, 로케이션 관리 체계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아시아의 자연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K-영화계 역시 한국만의 제작 노하우와 베트남의 풍부한 배경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협업을 확대할 수 있다면, 양국 영화 산업을 넘어 관광과 문화 교류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